◆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기업 지방 이전 유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법적 근거가 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2024년 6월 시행된 지 약 2년 2개월 만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문가 연구와 내부 검토, 산업계 및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제도 설계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던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차이를 두는 것이다. 현행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등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신설해 전력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을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도 늘리는 이른바 '지산지소형' 전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전력 공급 여력이 큰 지방의 전기요금을 낮추면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의 비수도권 생산시설 이전이나 신규 투자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 요금 차등제는 우선 산업용 전력에 적용된다. 산업용 전력은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51%를 차지한다. 가정과 달리 기업은 전기요금 등 생산비용을 고려해 공장이나 사업장의 입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역별 요금 차이가 실제 전력 수요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수도권 남부는 현행 수준...남부권 최대 18원 인하
전국은 전력계통 여건과 균형발전 요소를 결합해 총 11개 지역으로 나뉠 예정이다.
우선 전력 흐름과 송전 혼잡, 소비 구조 등을 고려해 전국을 수도권 남부와 수도권 북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행정안전부의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지역의 산업·경제적 여건을 반영한 4개 권역을 조합해 최종 지역을 결정한다.
제주는 도서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별도의 전력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해 이번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은 송전망 이용 비용과 전력자급률, 균형발전 요소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지역별 송전비용과 광역권별 전력자급률을 고려하고 지방우대지수 등을 통해 지역경제 여건도 요금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kWh당 1원 안팎에서 조정될 전망이다.
인천 등이 포함되는 수도권 북부는 약 10원, 강원·충청 지역이 포함된 중부권은 약 15원 낮아질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위치한 남부권은 최대 18원까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가 kWh당 181.9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남부권의 최대 인하 폭은 평균 판매단가의 약 1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전기료 부담 2.8조 줄어...정부, 연내 도입 추진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부담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체적으로 약 2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다만 최종적인 지역 구분과 세부 요금 산정 결과에 따라 실제 감소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대규모 요금 인하에 따른 한전의 재무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는 제도 안착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발전사와 한전 등이 거래하는 도매 전력시장에도 지역별 가격제를 도입하고 재정 지원 등을 병행해 한전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도매시장 지역별 가격제가 시행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 거래가격에도 차이가 생긴다. 지역별 전력 수급 상황을 발전사에도 가격 신호로 제공해 전력 수요뿐 아니라 발전설비의 분산까지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기업의 지방 이전과 신규 투자를 촉진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첨단산업의 비수도권 투자가 확대되면 지역 일자리와 산업 기반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방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에도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전기요금 인하가 생산비 감소로 이어질 경우 수출 제조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력 정책 측면에서는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송전망 건설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발전시설이 집중된 지역에서 전력 소비까지 늘어나면 장거리 송전 수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날 공청회에서 산업계와 발전사, 지방정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세부 설계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관련 고시와 전기요금 약관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도입으로 전력 다소비 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인해 국가 전체적인 송전망 건설 부담을 근본적으로 덜고 국가 균형발전과 우리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