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또 수술대 오른 SK하이닉스 성과급…'현금 vs 주식' 표심 갈린 노조 투표

  •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 24일 돌입

  • 사측 "선진적 보상 구조" vs 노조 "약속 번복"

  • 두 차례 부결 전례 재현될까…통합노조 TF도 대응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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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노사가 마련한 202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가르는 최종 시험대에 올랐다. 핵심 쟁점인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두고 사측의 '자사주 연동형' 보상안과 노조 내부의 '현금 사수' 기류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어 노사관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이천·청주 전임직(생산직) 노조는 24일부터 이틀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026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기술사무직 노조 역시 이번 주 내 투표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 골자는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구조의 전면 개편이다. 노사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의 40%를 현금으로,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자사주 가운데 40%는 당해 연도 매도가 가능하지만 20%는 2년에 걸쳐 나눠 받는 이연 지급 방식이 적용된다.

사측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성과를 주주 및 구성원과 나누는 차원에서 기업 가치와 임직원 보상을 일치시키는 선진적 구조라고 평가했다. 파업이나 외부 중재 없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접점을 찾았다는 점도 긍정적 기류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불과 1년 만에 'PS 재원의 80% 현금 지급 10년 유지' 약속을 뒤집었다는 점에 불만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금 선호도가 높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 조합원은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10년 유지하겠다던 약속을 1년 만에 깨버리는데 앞으로 회사 말을 어떻게 믿고 일하겠느냐"라며 날을 세웠다. 지난 13일 출범한 '통합노조 TF'도 잠정합의안과 관련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면서 조합원 표심을 둘러싼 막판 찬반 대립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노사는 조합원의 반발과 주가 변동에 따른 불안감을 고려해 합의안에 완충 장치를 함께 배치했다. 제도 변경 첫해인 2026년도분 PS에 한해 당해 매도용 자사주 40%에 현금 수령 선택권을 부여했다. 구성원들은 실제 수령할 수 있는 현금 비중을 최대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주식 산정 시 잠정 실적 공시일·현금 지급일·주식 지급일 중 가장 낮은 종가를 적용하는 보완책도 포함됐다. 기본급 인상률은 6.3%로 합의해 삼성전자의 올해 인상률 6.2%를 소폭 앞질렀다. 사내 복지 포인트도 기존 24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상향하고, 주택자금대출 지원 대상도 확대해 기존 '다자녀 기혼자'에게만 제공되던 2억원의 대출 한도를 다자녀 조건 없이 전체 기혼자로 넓히는 등 복지 혜택 역시 함께 강화했다.

전임직과 기술사무직 노조가 각각 사측과 분리교섭을 진행해온 만큼, 두 노조별로 개별 표결이 이뤄진다. 각 노조에서 재적 조합원 과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 찬성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의안이 최종 가결되는 방식이다. 어느 한 쪽에서라도 과반의 표를 얻지 못해 안건이 부결될 경우 해당 노조는 사측과 처음부터 전면 재협상에 돌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SK하이닉스는 2023년과 2024년에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잇따라 부결되며 사측과 재교섭을 거친 바 있다. 특히 2024년의 경우 6월 말 교섭에 나선 뒤 9월 대의원 투표에서 한 차례 부결 고비를 맞았고, 7차례에 걸친 재협상 끝에 교섭 개시 4개월 만에야 가까스로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연간 수십조 원의 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성과 배분의 주도권을 둘러싼 노사 간 시각차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찬반 투표 결과는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 보상 체계 개편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