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하예포구 인근서 구조 후 사망…세수 76세·법랍 52년
봉은사 재정 공개·종단 개혁 주도…이명박 정부·조계종과 갈등
2017년 제적 뒤 소송서 승소해 승적 회복…통일·사회운동에도 참여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스님이 22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사고를 당해 입적했다. 세수 76세, 법랍 52년이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명진스님은 이날 오전 9시 38분께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물에 떠 있는 채로 구조됐다.
대한불교조계종과 경찰·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스님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0시 28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법구는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졌다.
해경은 구조 당시 명진스님이 착용하고 있던 장비 등을 토대로 프리다이빙 연습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인 등에 따르면 명진스님은 매년 프리다이빙을 해 왔으며 이날 오전에도 제주 해상에서 프리다이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진스님은 195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69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한 뒤 1974년 탄성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명진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을 주도했다. 제11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1998~2002년 중앙종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등을 지내며 남북 불교 교류와 통일운동에도 힘썼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강남구 봉은사 주지를 지냈다. 재임 기간에는 천일기도를 이어가는 한편 사찰 재정 등을 신도들에게 공개하고 종무회의에 신도들을 참여시키는 등 사찰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활동을 해 왔다.
봉은사 주지 재임 당시에는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을 둘러싸고 조계종 총무원과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자승 당시 총무원장과 이명박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직영사찰 전환 과정에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후 국가정보원이 명진스님의 동향을 파악하고 비판 여론 조성 등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교계 안팎으로 확산됐다.
주지 임기를 마친 이후에도 인터뷰와 법회 등을 통해 총무원 지도부를 비판해 온 명진스님은 2017년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처분을 받았다. 조계종은 당시 명진스님이 근거 없이 승가의 존엄성과 종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총무원 집행부를 폄훼했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 해 4월 5일 제적을 결정했다. 제적은 승적을 박탈해 승려 신분을 잃게 하는 중징계다.
명진스님은 이를 종단 비판을 이유로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적 징계라고 반발했고, 2023년 2월 조계종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명진스님의 손을 들어주며 제적 징계가 절차적·실체적으로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조계종과 명진스님은 올해 2월 3일 항소심 판결에 대해 서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소송을 마무리했고, 이에 따라 승적도 회복됐다.
명진스님은 종단 문제뿐 아니라 사회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으며, 세월호참사 당시에도 국회와 광화문광장을 찾아 유가족들과 만나 연대의 뜻을 전했다. 베트남전에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뒤 수행자의 길을 걸으며 사회적 약자와 한반도 평화, 종교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에는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내 세력 다툼과 과거사 폭로전이 이어지자 현행 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총무원장 추대 방식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조계종과 명진스님 소속 교구본사인 법주사가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