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장기금리 쇼크] 국고채 30년물 사상 최고…한국에도 '채권 자경단' 등장하나

  • 초장기물 중심 금리 급등…기간 프리미엄 확대 영향

  • 글로벌 금리·국채 공급 부담에 장기채 수요 둔화 겹쳐

  • 재정 확대 때마다 장기물 출렁…시장 '경고 신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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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국내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승세다. 글로벌 장기금리와 물가 불확실성, 국채 공급 부담이 한꺼번에 겹치며 장기물에 '기간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수익률에 따르면 1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98%, 10년물은 4.337%, 30년물은 4.721%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와 비교하면 3년물은 5bp(1bp=0.01%포인트) 하락한 반면 10년물은 4bp 올랐고 30년물은 25bp 급등했다. 30년물은 지난 18일 4.751%까지 올라 2012년 첫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전망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이유다. 향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금리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3년물도 함께 올라야 한다. 하지만 단기물은 오히려 안정된 반면 만기가 길수록 금리 상승 폭이 커지는 '베어 스티프닝'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기대보다 글로벌 금리와 물가, 국채 수급 등을 반영하는 기간 프리미엄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금리 상승 자체보다 상승 폭이 장기 구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라며 "베어 스티프닝은 정책보다 수급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미국발 장기금리 상승 영향이 크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재정 부담과 국채 공급 확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장기채 보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아졌다. 국내 장기채 역시 글로벌 채권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만큼 미국 장기금리 상승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수급 여건도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국채 공급 부담은 커지는 반면 30년물 주요 수요처인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의 매수 강도는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줄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고, 그 부담이 특히 초장기물에 집중될 수 있다.

여기에 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재정이다. 이달 말 발표될 예산안에 담길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 장기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1월 추가경정예산 관련 발언이 나오자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8.8bp 올랐고 20년물과 30년물은 10bp 넘게 뛰었다. 향후 국채 공급 확대 가능성에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국에도 이른바 '채권 자경단'과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 자경단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거나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정부의 재정 확대를 시장금리 상승으로 견제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최근 재정 부담이 장기 국채금리를 밀어올리면서 채권 자경단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다만 국내 장기금리 급등을 곧바로 한국판 채권 자경단의 등장으로 규정하기는 이르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물가 불확실성, 초장기물 수급 변화 등 재정 이외 요인도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채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는 것과 투자자들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별도의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도 구분해야 한다.

관건은 앞으로다. 재정 확대나 국채 발행 증가가 발표될 때마다 장기금리가 반복적으로 뛰고, 단기물보다 10년·30년물에 더 큰 프리미엄이 붙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시장이 정부 재정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물 연간 발행계획을 고려하면 9월부터 30년물 발행 규모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뚜렷한 펀더멘털 반전 신호나 공급 축소 트리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