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장기금리 쇼크] 美 금리 충격에 '빚 2000조' 韓경제 흔들…실물로 번지는 고금리

  • 美 30년물 19년 만에 최고…韓 국고채도 사상 최고

  • 회사채·은행채 금리 동반 상승…기업 차환 부담 확대

  • 주담대 7% 육박…가계 소비·기업 투자 위축 우려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에 상품 금리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에 상품 금리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장기금리 쇼크가 2000조원 넘는 가계빚과 대규모 기업 차환 부담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국고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회사채와 은행채 금리가 동시에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다시 7%에 가까워지고 있다.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짓누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영업자·한계기업·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부문의 부실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3개월 만에 25조9000억원 늘어 2021년 3분기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택 관련 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까지 함께 늘면서 가계의 금리 민감도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9~12월 만기가 돌아오는 일반기업 회사채만 22조3030억원에 달한다.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4.65%로 전 분기보다 0.77%포인트 높아졌고,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부실우려로 분류된 여신도 16조4000억원에 이른다. 금리가 다시 뛰면 이미 부채 부담이 큰 가계와 기업, PF 사업장부터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발 금리 상승이 국내 금융비용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장중 5.3%를 넘어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 국가부채가 처음 40조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재정 부담과 국채 공급 확대, 물가 불확실성 등이 장기금리를 밀어올린 영향이다.

충격은 곧바로 국내 채권시장으로 번졌다. 국고채 30년물은 지난 18일 연 4.751%로 2012년 첫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에도 30년물은 연 4.698%, 10년물은 4.335%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자 기업들이 실제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도 함께 뛰고 있다.

이날 회사채 AA- 3년물 금리는 연 4.505%로 1년 전 2.9%대보다 약 1.6%포인트 높아졌다. 단순히 국고채 금리를 따라 오른 것만도 아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3.816%로 회사채 AA- 3년물과 신용스프레드는 68.9bp(1bp=0.01%포인트)에 달했다. 1년 전 48bp 안팎보다 20bp가량 벌어진 수준이다. 국채금리 상승에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추가 비용까지 얹히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저금리 시기에 2~3%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던 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오면 4%대를 넘는 금리로 차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영업이익이 충분한 우량기업은 버틸 수 있지만 차입금 의존도가 높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이자비용 증가가 투자 축소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 사정이 더 나쁜 기업은 아예 회사채 차환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가계에도 충격이 번지고 있다. 고정형 주담대의 주요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이날 연 4.396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높아졌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5.07~6.37%까지 올라 상단이 7%에 가까워졌다. 금융채 상승이 이어지면 신규 대출이나 금리를 다시 산정하는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는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커진다. 이자에 더 많은 소득을 써야 하는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금융비용이 늘어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게 된다. 특히 매출 감소 속에서도 빚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는 자영업자나 이자조차 영업이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은 금리 상승에 훨씬 취약하다. PF 역시 금융비용이 늘면 사업성이 낮은 현장은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가 0.5~1%포인트만 상승해도 대출 규모가 큰 가계는 연간 수백만 원의 추가 이자를 부담할 수 있다"며 "이 돈이 소비로 사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