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외친 2018년과 달라..더디플로맷 분석
핵보유국 지위 인정, 한미 군사훈련 축소 기회
북미 밀착에 중국도 계산…북중 전략 공조 가능
북미 직접 접촉에…'코리아 패싱' 우려도 확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비핵화 의제가 테이블에 올랐던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북한 측 협상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데다 러시아·중국과 관계도 강화되면서 대북 제재 완화나 경제적 지원을 미국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 측에서 챙길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이 적지 않은 만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동기는 충분하다고 미국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첫째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고, 핵무기 보유 현실을 인정해야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북한을 수 차례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표현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을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을 전제로 협상할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와 정상회담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침략 전쟁 연습'이라며 반발해온 한미연합훈련 ‘을지자유의 방패(UFS)’를 축소하는 카드까지 꺼내며 북한을 향해 유화적인 신호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더디플로맷은 "군사 훈련 축소는 북한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훈련 축소나 주한미군 규모·역할 조정은 김 위원장에게 상당한 안보상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과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019년 6월 판문점까지 모두 세 차례 만나며 개인적 친분을 강조해왔다. 미국의 이른바 ‘참수작전’ 등 지휘부를 겨냥한 군사적 위협을 경계해온 김 위원장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 간 소통을 복원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느끼는 군사적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북한으로서는 북·미 관계 개선을 대중 견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중국과 관계에서 더 큰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중국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국의 영향력과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중 양국이 전략적으로 공조해 미국 측에서 최대한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 내 미국의 군사 활동 축소뿐 아니라 대만 해협 인근의 미국 군사 활동과 같은 사안에서도 양국이 전략적 이해를 조율할 수 있다고 매체는 내다봤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과 파병 등으로 대외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매체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핵보유국 인정, 북·미 관계 개선, 주한미군 축소 등과 같은 전략적 성과를 거둔다면 북한 내부에서 스스로를 '전략적 천재'로 내세우며 국내 정치적 정당성과 권위를 강화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선다면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북한은 2024년부터 한국을 사실상 별개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 측 대화 제의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어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