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파열음] 농협·마사회 반발 본격화…이전 반대 집단행동 확산

  • 농협 노조, 가두행진·금융노조 연대 등 투쟁 수위 높여

  • 한은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이전 논의에 무대응 방침

  • 마사회 "일반 청사 이전과 달라"…과천 비대위와 연대

사진제미나이
[이미지=제미나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이전 대상 기관을 넘어 기존 소재 지역사회로까지 반발 움직임이 번지는 모습이다.

기관별 기능과 시설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이전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노동조합은 최근 정부의 지방 이전 움직임에 맞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 13일 열린 농협 창립기념행사를 기점으로 외빈과 서대문구 인근 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중앙회 지방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손실과 업무 공백 우려를 알리는 여론전에 돌입했다.

장외 투쟁 강도도 높인다. 오는 21일에는 조합원 2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을 벌이고 청와대 인근에서 약식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어 28일에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연대해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이전 추진 규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협중앙회가 장외 투쟁 수위를 높이는 것과 달리 세종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국은행은 무대응을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다.

한은 노조는 "한은에는 대규모 금고와 금융 인프라가 있다. 장기적이고 확실한 계획을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으로 보내버리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만일 현실화된다면 정부가 중앙은행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이기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기관 내부 반발을 넘어 기존 소재 지역사회로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기관도 있다. 한국마사회가 대표적이다. 마사회는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의 '8·13 주택 공급 대책'까지 맞물리면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8·13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지난 1월 공급 대책에 포함됐던 과천 경마장·방첩사 등 주요 부지 내 기존 시설 이전과 사업 절차를 앞당겨 2029년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사회 노조는 이전 대상지와 대체 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공급 일정부터 제시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사회 노조는 "정부가 9월 이전 대상지 선정, 2028년 일부 마사 지역 이전, 2029년 부지 착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일방적으로 투척했다"며 "경주로 바로 옆 일부 마사 지역에 먼저 아파트를 착공하겠다는 것은 소음과 분진에 예민한 경주마 복지를 해치는 무모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렛츠런파크 이전은 일반 공공기관 청사를 옮기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마사회 측 주장이다. 단순히 대체 부지를 확보하고 직원들이 이동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수천 마리 말과 관련 시설을 함께 옮겨야 하는 데다 관람객 접근성, 소음·진동에 따른 경주마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전 후보지 선정부터 실제 이전까지 장기간의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사회 노조는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에 반발하고 있는 과천시 민·관·정 통합 비상대책위원회와도 연대할 방침이다. 비대위는 오는 28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기관마다 반발 이유와 대응 방식은 다르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이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합의와 기관별 기능에 대한 고려 없이 이전을 밀어붙인다면 대규모 인력 유출이나 '수도권 원거리 출퇴근' 등이 이어져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향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은 "근본적인 원인은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지역 인프라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노조와 지역사회가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것을 이기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청사진을 가지고 정주여건 개선에 대해 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가족은 대도시에 남아 생활을 이어가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