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가능한 반환부지도 오염 정화·문화재 조사에 줄지연
공원 부지는 특별법 개정·부지 반환부터 선행해야
전문가들 "지자체 협력 필수·도심 녹지 가치 함께 고려돼야"
정부가 용산공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열어뒀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발이 허용된 인근 미군 반환부지인 캠프킴조차 토양오염 정화와 문화재 조사 등에 발목이 잡혀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어서다.
법으로 국가공원 조성이 못 박힌 용산공원에 주택을 지으려면 특별법 개정은 물론 미군기지 반환, 오염 정화, 서울시와의 기반시설 협의까지 추가로 거쳐야 하는 만큼, 추진 단계부터 개발의 난이도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에 국한하지 않고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 적합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용산공원 개발을 공론화한 만큼 일부를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개발이 허용되고 반환까지 끝난 캠프킴도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만큼 용산공원을 단기간에 서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할 카드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일대 약 4만8400㎡ 규모인 캠프킴은 2020년 12월 미군으로부터 반환됐다. 정부는 당시 공공주택 약 31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공급 규모를 1400가구 수준으로 조정했다. 올해 '1·29 공급대책'에서 다시 녹지 기준을 완화해 2500가구로 확대했지만 착공 목표는 빨라야 2029년으로, 반환부터 첫 삽까지만 9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특히 캠프킴은 용산공원 본 부지와 달리 복합개발이 가능한 ‘복합시설조성지구’다. 법적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반환까지 완료된 부지에서도 오염 정화와 문화재 조사, 관계기관 협의만으로 사업이 장기화한 것이다. 용산공원의 사업 조건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주택을 공급하려면 특별법을 개정하고,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도 변경해야 한다.
부지 반환과 오염 정화도 변수다. 실제 캠프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가장 큰 원인은 부지 대부분에서 확인된 토양·지하수 오염이다. 전체 부지의 약 97%가 주거용지 기준을 초과해 정화 대상이 된 데다, 정화 과정에서 문화재까지 발견되면서 작업이 약 1년간 추가로 중단됐다. 여기에 개발밀도와 녹지 확보 기준을 둘러싼 관계기관 협의와 특별법 개정도 지연되면서 2020년 반환된 부지의 착공 목표가 2029년까지 밀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용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공급 물량과 속도보다 지자체·관계기관과의 면밀한 협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양오염과 미군 측 협의 등 핵심 문제가 산재한 만큼 서울시와 용산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행정적으로만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용산공원이 서울 도심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녹지라는 점을 들어 주택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 국가가 공공주택지구 지정과 사업승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더라도 도로와 학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려면 서울시와의 협의가 불가피하다.
김윤덕 장관도 오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양측이 용산공원 활용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만큼 이번 회동에서도 관련 내용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용산공원 개발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처럼 입지가 뛰어난 곳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더라도 서울 전체의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고, 좋은 입지가 신규 주택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 중앙부의 대규모 녹지는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인 만큼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과 3기 신도시 공급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