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가감 보고' 지침 작성·승인 과정 규명
중앙선관위 지휘부 관여 여부 핵심 쟁점 예상
유권자 50% 투표용지 인쇄 결정도 수사선상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할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 출범이 임박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두 달여간 실무진과 개별 의혹을 중심으로 기초 수사를 진행한 만큼 특검 수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휘부의 지시·보고·승인 여부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선관위 특검 국민추천위원회는 지난 14일 이태한 전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검사(사법연수원 23기)와 이혁 전 서울고검 검사(20기)를 특검 후보자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까지 두 사람 중 한 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기한 내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된다.
특검은 임명 후 최대 20일간 수사팀 구성과 사무실 마련 등 준비 절차를 거쳐 본수사에 착수한다. 준비 기간을 모두 사용하면 다음 달 초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수사팀은 최대 165명 규모로 꾸려지며, 본수사 기간은 최장 150일이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은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통계 조작 의혹을 비롯해 선관위 관계자들의 외유성 출장, 부정 채용·승진 특혜, 수의계약 특혜와 업체 유착 등 총 12개 항목이다.
이 가운데 특검이 우선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투표 통계 조작 의혹이다. 합수본 수사 과정에서 중앙선관위 차원의 지침이 확인되면서 수사가 일선 직원의 개별 행위를 넘어 지휘부 관여 여부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합수본은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뒤 정상적인 수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후 시간대 수치에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오류를 보정한 정황을 포착했다. 중앙선관위가 선거 당일 각 시도 선관위에 투표자 수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큰 오류가 아니라면 다음 시각 보고 때 수치를 가감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한 사실도 확인했다.
합수본은 해당 지침을 작성·전달한 중앙선관위 관계자를 공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입건하고, 지침 작성 경위와 보고·승인 과정을 추적 중이다. 경기 김포시에서 오입력 수정 문의가 들어오자 중앙선관위 측이 수치 조정 방법을 담은 자료를 전달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에서는 이 같은 '가감 보고' 방식을 누가 마련했는지와 중앙선관위 지휘부가 이를 보고받거나 승인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선거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투표자 수 오류를 처리했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특검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역시 수사가 실무진에서 지휘부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수본은 지난 6월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 조사를 이어왔다.
송파구선관위 선거담당관과 선거1계장은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입건됐고, 강남구선관위 선거담당관도 직무유기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합수본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유권자 수의 50% 수준으로 정한 의사결정 과정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인쇄 물량 축소 방침이 어떤 보고와 결재를 거쳐 결정됐는지, 용지 부족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중앙선관위 지휘부까지 전달됐는지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이에 따라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당시 지휘부에 대한 조사는 특검 단계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 전 사무총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뒤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노 전 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해외 출장 의혹도 특검이 넘겨받을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합수본은 노 전 위원장이 재임 중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하고, 관련 경비를 선관위 예산으로 집행한 경위를 수사해 왔다.
합수본은 관련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출장 국가 결정과 배우자 동행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배우자의 비공식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선관위 직원이 동원된 정황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검은 노 전 위원장을 상대로 출장지 선정과 배우자 동행, 예산 집행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제 수사에 들어간 선관위 계약 비리 의혹도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합수본은 지난 14일 중앙선관위와 서울시·경기도선관위, 입찰 참여업체 등을 압수수색하며 전직 선관위 간부 가족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법에 수의계약 특혜와 업체 유착 의혹이 수사 대상으로 명시돼 향후 수사는 개별 계약 과정뿐 아니라 선관위 내부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는 과정에 전·현직 간부들이 관여했는지로 확대될 수 있다.
특검 출범 후 수사 인력 확보와 법적 논란은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3대 특별검사팀과 올해 종합 특별검사팀에 이어 대규모 특별수사팀이 잇따라 꾸려지면서 검찰과 경찰 등에서 추가 파견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른 검사 수사권 문제도 변수다. 선관위 특검법은 부칙을 통해 개정 형소법이 아닌 법 통과 당시 형소법을 적용하도록 해 특검 검사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일반법상 검사 수사권이 폐지되기에 피의자 측이 특검 검사의 수사권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