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0만원 신생 법인에 10년 통임대…깜깜이 계약에 '제2의 휘문고 사태' 지적
임대료 연체 방치하다 강제집행 단행…전세사기 피해자에 '월 300만원' 청구서 폭탄도
"직접 임대 불가" 거짓 설명 방관하고 책임은 회피…새 자산관리업체 뽑아 임대 지속
[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리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전대차 전세사기가 일어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별관 전경[사진=박승호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7/20260817005958882685.jpg)
전대차 전세사기가 일어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별관 전경[사진=박승호 기자]
"국가 관련 업무를 하는 단체가 소유한 건물이라길래 괜찮겠지 생각했습니다.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어요."
A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은 '공신력'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해당 건물의 소유주는 국토교통부 소관 법정단체인 한국건설기술인협회였다. 건물 지하에선 협회 직원들이 세미나를 열었고, 건물 관리인은 하자가 발생할 때마다 직접 찾아와 문제를 해결해 줬다. A씨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을 연장하며 5년 동안 평온하게 거주했다.
그러나 2023년 9월, A씨에게는 별안간 한 장의 내용증명이 날아들었다. 건물 임대업체가 소유주인 협회에 내야 할 임대료를 수개월째 체납해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었으니 즉시 건물을 비우고 퇴거하라는 통보였다. 세입자들은 확정일자를 부여받았고 전입신고까지 마친 상태였다.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 역시 "안전한 매물"이라며 세입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맡긴 전세보증금은 단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 세대만 28가구, 집계된 피해 금액은 100억원에 달했다. 이 거액의 보증금을 삼켜버린 주범은 다름 아닌 자본금 1000만원짜리 법인이었다.
해당 법인은 소버린스테이트(이하 소버린)로 임대·관리를 주업으로 하는 업체였다. 소버린은 건설기술인협회로부터 건물 별관 전체를 통째로 임차한 후, 개별 세입자들과 다시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마스터리스(전대차)' 방식으로 건물을 운영했다. 세입자들이 실제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은 건물주인 협회가 아니라 중간 임대업체인 소버린이었으며, 세입자들의 보증금 역시 소버린의 법인 계좌로 입금됐다. 이 구조에서는 소버린이 임대료를 체납하여 협회와의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세입자들이 원 임대인인 협회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협회와 소버린이 체결한 원 계약에는 '비밀유지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어, 대다수 세입자는 자신들이 맺은 계약이 전대차 계약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세입자들이 구조적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길 자체가 봉쇄되어 있었던 셈이다. 세입자들이 작성한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협회가 동의·승인한 계약'이라는 문구와 함께 '협회에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 나란히 명시되어 있었다. 협회의 공신력으로 세입자들의 신뢰를 유도하면서도, 분쟁이 발생하면 협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였다.
문제는 소버린이 협회에 제출한 전대차계약서에는 실제 100억원이었던 보증금 총액이 대폭 줄여 기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협회는 임대료를 받는 7년간 합의문 이행 여부도, 실제 보증금 규모도 확인하지 않았다. 협회는 뒤늦게 임대료가 연체된 지 5개월 만인 2023년 9월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통보했다.
청년 직장인부터 3명의 외국 국적자까지, '공신력'을 믿었던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더 깊은 함정에 빠지게 됐다. 민사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소버린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해당 업체는 이미 변제 능력을 완전 상실하여 보증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법정단체의 공신력을 빌려 100억원의 거금을 끌어모은 기만적 전대차 구조는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전 재산 사라졌다"… 월 300만원 청구서만 남아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이 지난 23일 현 관리업체 젠스타메이트를 통해 직접 임대 상담을 진행하며 촬영한 오피스텔 내부.[사진=방효정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7/20260817010121625477.jpg)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이 지난 23일 현 관리업체 젠스타메이트를 통해 직접 임대 상담을 진행하며 촬영한 오피스텔 내부.[사진=방효정 기자]
2024년 1월, 협회는 별관 입주자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 집행관을 동원해 강제집행을 단행했다. 이어 협회는 퇴거 시한을 넘긴 세대들을 향해 월 300만원에 달하는 건물 사용료를 청구했다.
세입자들의 삶은 처참히 무너졌다. B씨는 전 재산인 보증금을 잃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B씨는 "목돈이 통째로 날아가며 청약이나 임대주택 등 다른 선택지도 모두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C씨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완치 판정을 받았던 병이 재발해 2024년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C씨의 남편이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D씨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긴 유산으로 입주했지만 한 달 반 만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
세입자들이 보증금 반환 소송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협회 별관 오피스텔은 새로운 임차인을 받아 정상적으로 임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해당 건물의 관리를 담당하는 젠스타메이트는 2025년 1월 자산관리(PM) 용역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협회는 2024년 12월 31일 '건설기술인회관 자산관리(PM) 용역' 입찰 공고를 게시했으며, 제한경쟁 입찰 절차를 거쳐 젠스타메이트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달 23일과 24일 해당 오피스텔에 대한 입주 상담을 진행했다. 우선 젠스타메이트는 과거 전세사기 및 강제집행 이력에 대해 "이전 업체 문제이며 현재는 정리 단계"라면서 "자신들은 협회로부터 건물 계약 및 관리를 조율하도록 위탁받은 자산관리업체(PM)"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들은 "협회가 공공기관이어서 보증금 문제는 없다"며 '공공'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협회의 공신력을 내세우는 부분은 다르지 않았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법인(협회)는 직접 임대를 할 수 없어 외주업체에 위임했다"며 사실과 다른 설명이 이어졌다. 1987년 사단법인으로 출발해 1995년 법정단체로 전환된 건설기술인협회는 정관 제5조 12항에 '재산 및 기타 부대시설의 임대 및 운영·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협회가 직접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로 나서는 데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잘못된 설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중개업자와 소버린은 협회의 높은 신뢰도를 앞세우면서도 전대차 계약의 위험성은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계약을 유도하곤 했다. 최근에는 중간관리 업체와 중개사가 과거 사고 이력이나 계약 구조를 미리 안내하는 등 일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협회의 실제 법적 지위나 직접 임대 가능 여부처럼 계약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실과 다른 설명이 반복됐다. 위험 요소 일부가 고지되고는 있지만, 세입자가 계약 안전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한편 탐사보도팀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소버린의 사업 영역은 별관에 국한되지 않았다. 협회가 보유한 신관 입주 업체들에도 소버린과의 임대차계약 해지에 따라 전대차 계약을 인수하겠다는 공문이 발송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건물 두 동의 통임대 사업권이 넘어간 경위를 두고, 세입자들은 협회와 소버린 간의 유착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 답변이 어렵다"며 "재판이 끝난 뒤 설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또 강제집행에 대해서는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설립 57일 신생 법인에 10년 임차권… 석연찮은 임대차 선정 경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본관 전경 [사진=방효정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7/20260817010332923027.jpg)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본관 전경 [사진=방효정 기자]
설립된 지 57일, 자본금 1000만원에 지나지 않던 신생 법인 소버린스테이트는 2014년 4월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별관의 10년 장기 임차인으로 선정됐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협회는 사건의 발단이 된 초기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을 아직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
세입자 측은 민사 소송 과정에서 임차인 선정 공고문·심사 기준·이사회 의사록 일체에 대해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유착 의혹은 끝내 확인되지 못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정관 중 이사회 의결 및 회의록 작성·비치와 관련된 39조·43조·72조 [사진=한국건설기술인협회 홈페이지]](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7/20260817010240727718.png)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정관 중 이사회 의결 및 회의록 작성·비치와 관련된 39조·43조·72조 [사진=한국건설기술인협회 홈페이지]
기각 경위를 두고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세입자 측은 협회가 "심사 절차 자체가 없었고 관련 문서나 의사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존재 증명 자체가 막혔다는 입장이다. 반면 협회는 "전대차 계약 분쟁인 이 사건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만약 세입자 측의 주장대로 관련 문서나 의사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협회 자체 정관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정관 제39조는 '중요한 재산의 임대차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며 회의록 비치·보관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장터 및 협회 홈페이지에는 같은 시기 발주된 다른 용역 계약 공고는 모두 남아 있으나, 유독 해당 임대차 공고만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협회는 "경쟁입찰을 거쳐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는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았다.
설립된 지 두 달도 안 된 신생 업체가 대형 건물의 10년 임차권을 확보한 경위는 과거 발생한 대표적 전대차 사기인 '휘문고 재단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재단 측은 특정 업체를 미리 내정한 뒤 법인을 설립하게 만들어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재판 과정에서 이사장과 업체 대표 간의 유착 및 보증금 상납 구조가 드러나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특히 과거 협회의 불투명한 계약 관행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협회는 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의 2016년 종합감사에서 복수의 제안을 받고도 특정 업체와 임의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주의' 처분을 받았으며, 2021년 감사에서도 일반 경쟁입찰을 생략한 채 이사회 의결만으로 수의계약을 강행한 바 있다. 이에 공개입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이번 별관 임대차 계약 역시 동일한 불투명 방식으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지적된다.
계좌 추적해보니…세입자 보증금 빼돌려 전기차 충전소 차려
![지난달 24일 찾은 인천 송도 리치센트럴 빌딩 주차장 4층의 모습. 전기차 충전소 개소식 때 사용된 플래카드가 접힌 채 방치돼있다. [사진=박승호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7/20260817010458447014.jpg)
지난달 24일 찾은 인천 송도 리치센트럴 빌딩 주차장 4층의 모습. 전기차 충전소 개소식 때 사용된 플래카드가 접힌 채 방치돼있다. [사진=박승호 기자]
세입자들로부터 소버린스테이트 법인 계좌로 입금된 전세보증금 약 100억원 중 상당액은 대표이사 최모씨의 개인 계좌를 경유하거나 관계사인 소버린이피에스 계좌로 직접 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빠져나간 보증금은 인천 송도 일대의 부동산 매입 등에 유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탐사보도팀이 지난달 24일 찾은 인천 송도 리치센트럴 빌딩 주차장에는 한때 소버린이피에스가 국내 최대 규모라고 홍보했던 전기차 충전소 '메가와티'가 흔적도 없이 철거된 상태였다. 급속충전기를 포함해 총 60대에 달했던 충전 시설이 모두 철거된 자리엔 구겨진 개소식 플래카드 한 장뿐이었다.
소버린이피에스는 2022년 여름 리치센트럴 빌딩 내 주차장과 세차장을 36억8917만원에 매입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동안 법인의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법인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시 총부채만 300억원을 넘어선 상태였다"며 "세입자 보증금과 외부 투자금으로 빚을 돌려막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는 2023년 4월 임대료가 밀리기 시작할 무렵 이미 자금 유동성이 바닥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규 세입자들과 계약을 이어가며 보증금을 계속 받아 챙겼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대표 최씨를 사기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이사 유씨를 사기 혐의로, 감사 이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소버린이피에스는 지난해 11월 파산선고를 받아 청산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관련 부동산은 임의경매에 넘겨진 상태다.
승소하고도 못 받는 100억원…항소심으로 이어진 공방
![건설기술인회관 별관 내부 복도 [사진=방효정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7/20260817010621513860.jpg)
건설기술인회관 별관 내부 복도 [사진=방효정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소버린 세입자 2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버린 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버린스테이트 법인에 대한 청구를 모두 인용했고, 최씨와 유씨에 대해서도 지연손해금 이율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판결상으로는 보증금을 회수할 길이 열렸으나, 업체 측의 변제 자력이 전혀 없어 실제 회수는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건물주이자 1차 임대인인 협회를 상대로도 법적 책임을 물었다. 협회가 소버린에 전세권 설정까지 완료해 주었고 전차인의 실거주 사실을 알면서도 관리·감독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협회가 전차보증금 총액을 관리·감독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다. 협회가 소버린의 사기 행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피해자 측 주장 역시, 소버린이 위조된 계약서를 제출하여 실제 보증금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이유로 배척됐다.
대신 재판부는 전세사기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들에게 과실 비중에 따라 20~40%의 배상 책임을 차등 부과했다. 또한 이들과 공제 및 보험 계약을 체결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서울보증보험에 대해서도 각 중개사의 보증 한도 내에서 연대 배상 책임을 지도록 명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소버린과 중개사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협회 및 보증보험사를 상대로도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탐사보도팀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기관들의 대응 방침을 확인한 결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판결 확정 시 청구인들이 공제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책임이 인정된 중개사들에 대한 처분 여부에 대해서는 "정관에 따라 자격 및 개설등록이 취소된 회원은 협회에 대한 모든 권리가 상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보증보험(SGI)은 "개별 계약 조건이 다르고 금융거래정보에 해당해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보험금 청구가 접수되는 경우에는 보험사고 발생 여부 및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관련 법령과 내부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3자 계약·보증금 예치제 등 제도 정비 필요…"전대차 계약 신중해야"
![[사진=챗GPT]](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8/17/20260817010650653748.png)
[사진=챗GPT]
이번 사건은 전대차 계약이 지닌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를 잘 보여준다. 먼저 김대진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운영위원장(변호사)은 전차인이 임대인에게 직접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대위 행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적했다. 통임대 업체의 자금 구조도 문제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업체들이 임대인과는 '고월세·저보증금'으로, 전차인과는 '저월세·고보증금'으로 계약해 초기 자금을 확보한다"며 "이 차액을 메우는 구조 탓에 결국 자금난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우원상 법무법인 지율 대표변호사는 계약 이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비대칭'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대인은 임대인과 달리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전차인 입장에서 상대방이 진정한 권리자인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정단체 등 공공성 있는 기관이 전대업체를 선정할 때 자본금이나 보증보험 가입 등 최소 요건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안된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법 개정 없이도 소관 부처의 감독 지침이나 정관·내규 개정을 통해 도입을 검토할 수 있어 현실성이 높다"고 봤다.
석승일 솔루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자본금이나 업력 같은 요건이 최소한의 문턱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금이 회사에 실제로 유보되어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러한 요건이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험 자체를 외부로 분산하는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증금 일부를 임대인 또는 제3자(신탁회사 등)에 예치하도록 하거나, 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하거나, 계약 내용을 관할 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피해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원상 변호사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3자 간 계약서를 통한 전차인의 임차권등기명령 활용이나, 원 임대인의 연대 책임 명시 등 구체적인 제도 정비를 제안했다.
반면 원 임대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학과 교수는 임대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면 중간 임차인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간 임차인이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를 놓은 뒤 잠적할 경우 자산을 가진 원 임대인에게 책임이 넘어가는 역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법리적으로 이러한 피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며 "결국 임차인 스스로 계약 상대방과 권리관계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전대차 계약이 가진 근본적인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대차 특성상 문제 발생 시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계약 자체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김대진 변호사 또한 전차인은 소액임차인 보호조차 받기 어려워 일정 금액 이상의 전대차는 피할 것을 권했다. 김 변호사는 "계약이 불가피하다면 소유자 일치 여부와 임대인의 동의, 선순위 보증금 규모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하며, 이러한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계약을 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버린 대표 최씨와 이사 유씨에 대한 형사 공판은 오는 21일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