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방한 뒤 韓총수 미국행 반복…AI·반도체 협력 대면 조율
빌 게이츠도 1년 만에 재방한…공급 넘어 공동사업 확장 시험대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한미 양국을 오가며 사업 현안을 직접 조율하는 '셔틀 비즈니스'가 잦아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미국에서 다시 황 CEO를 만나는 식이다.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도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HBM과 에너지·원전 기자재 등 미국 산업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관계를 넘어 공동 기술 개발과 신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가는게 다음 과제로 꼽힌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4일 미국에서 황 CEO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8일 서울 LG트윈타워에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협력을 논의했다.
황 CEO와 국내 총수들의 왕복 회동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황 CEO는 지난해 10월 APEC을 계기로 한국을 찾아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등을 만났다. 당시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차그룹 등과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황 CEO가 올해 6월 다시 한국을 찾자 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 등이 잇달아 만났다.
한 달 뒤에는 방향이 바뀌었다. 이재용·정의선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황 CEO와 회동했다. 최태원 회장도 전날 황 CEO를 별도로 만났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HBM을 포함한 차세대 AI 메모리 관련 장기 협력 체계를 확대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게이츠는 14일 방한해 SK·HD현대 등과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최태원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을 만났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해 3월 미국에서 게이츠를 만나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제조 공급망 확대 협약을 맺었고 올해 1월 다보스에서도 재회했다. HD현대중공업은 테라파워 원자로 용기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쥔 미국 기업 수장들이 국내 기업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 자체를 한국 경제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본다. 일회성 공급 계약을 넘어 CEO 간 회동이 반복되는 것도 한국 기업이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장기간 협력할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와 에너지처럼 대규모 투자와 장기 협력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춘 파트너 확보가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핵심 공급망에 들어가 있는 만큼 총수 간 지속적인 교류가 새로운 투자와 공동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