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네' 1호점 폐업…고물가에 옆구리 터진 김밥 시장

  • 치솟는 원재료비·인건비 부담 탓에

  • 가격 올랐지만 팔아도 수익 안 나와

  • 폐업이 개업 추월… 메뉴서 삭제도

서울 시내 한 분식전문점 사진김현아 기자
서울 시내 한 분식전문점 [사진=김현아 기자]

13일 찾은 서울 시내 한 분식전문점. 간판과 상호에는 여전히 '김밥'이라는 글자가 선명하지만 메뉴판에서 김밥은 자취를 감췄다. 올해부터 김밥 판매를 중단하면서 매장 입구에 있던 전용 조리 테이블을 치우고 담당 조리 인력도 1명 줄였다. 현재 이 매장은 라면과 볶음밥, 떡볶이, 찌개 등 한식·분식 메뉴만 판매한다. 사장 A씨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김밥을 팔아도 수익이 나오지 않아 결국 메뉴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던 김밥이 외식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는 메뉴 특성상 원재료비 상승 타격을 그대로 받는 데다, 일일이 손으로 싸야 하는 조리 과정 때문에 인건비 부담마저 극심해진 탓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2022년 2946원에서 2023년 3200원으로 30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6월 3838원까지 올라 4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2022년 대비 상승률은 30.3%로 짜장면(22.2%), 냉면(22.8%), 삼겹살(21.0%) 등 주요 외식 메뉴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파른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원재료비 부담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 결과 쌀 20㎏ 평균 가격은 지난해 8월 5만9090원에서 올해 8월 6만1488원으로 4.1% 올랐다. 같은 기간 특란 30개는 4.2%, 마른 김 10장은 6.2% 비싸졌다. 햄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채소류는 폭염 등 이상기후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세 역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김밥은 여러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말고 썰어야 해 인력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5년 전보다 12.7% 올랐고, 내년에는 1만700원으로 더 오른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분식점은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많아졌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에 신규 개업한 분식전문점은 348개에 그친 반면, 폐업한 점포는 461개로 개업 수를 앞질렀다. 5년 생존율도 32.1%로 외식업 10개 세부업종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낮았다. 새로 오픈한 분식점 3곳 중 2곳은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셈이다.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1세대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의 출발점인 대학로 1호점은 지난달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를 보면 김가네 매장은 2022년 448개에서 2024년 378개로 70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봉민김밥인도 541개에서 450개로 91개 줄었다. 바르다김선생은 2023년 125개에서 지난해 94개로 감소하며 100개 선이 무너졌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김밥은 사용하는 재료가 많고 손이 많이 가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모두 큰 메뉴"라며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을 계속 올리기도 어려워 비용이 오를수록 점주들의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