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바이오 등 4.2조원 투자 물꼬…구미·포항·용인·오창 규제 푼다

  •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 산단입주 가능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축허가 문제 손질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재정경제부 사진김유진 기자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재정경제부. [사진=김유진 기자]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투자 지원에 팔을 걷는다.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 지원 등을 통해 4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1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1차)'을 발표했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업종별 단체 등이 건의한 현장 애로 가운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개선이 가능한 과제를 추려낸 것이다.

우선 구미·포항 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관련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업종 제한을 완화한다. 현재 이차전지 제조업은 입주할 수 있지만 폐배터리 등에서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재자원화 업종은 폐기물 관련 업종으로 분류돼 입주가 어려웠다. 정부는 재자원화한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의 중간·최종 소재 제조업을 입주 대상에 포함해 2026~2027년 약 1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지원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전기차에서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점이고, 리튬·니켈·코발트는 우리나라에서 발굴이 안 되기 때문에 핵심광물을 재자원화하는 사업이 발전될 필요가 있다"며 "이차전지 제조 전단계의 광물을 어떻게 발굴하고 활용하느냐까지 같이 밸류체인, 자원순환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장 증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축허가 문제를 손본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존 공장의 증설 수요가 생기면 기존 건축허가를 변경해야 한다. 추가 증설 과정에서 허가 변경이 반복되면 기존 공사까지 중단될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애로사항이었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에서 증설 건축물을 기존 건축허가와 별개로 신규 허가받을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기존 투자가 조기에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실증 지원을 위한 세제 특례도 마련한다. 정부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 증여받은 재산 등에 대해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특례를 신설할 예정이다. 관련 실증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약 8000억원이다. 구체적인 세 부담 감소액은 실제 증여가 이뤄지는 시점에 결정될 전망이다.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는 청주시 소유 녹지를 산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바이오 제조시설 증설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약 5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뒷받침한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는 분양률이 낮은 음료제조업 부지를 식음료제조업으로 확대해 약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촉진한다.

첨단산업과 로봇 분야의 규제도 손질한다. 협동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안전기준을 구체화하고 내년 상반기 상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 규정은 고정식 로봇에 대해 원칙적으로 높이 1.8m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장 목소리에서 불명확하다는 부분이 있었고 국제기준도 바뀐 상황"이라며 "현장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명확하게 하고 바뀐 기준도 반영해서 상세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로봇·방산 등 6개 첨단전략산업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하는 화재안전 성능기반설계를 도입한다. 반도체 공장의 도시가스 완성검사 기간은 기존 7일에서 3일로 단축하고 일부 검사항목은 면제한다.

산업단지 입주 규제도 완화한다. 모든 업종의 입주를 허용할 수 있는 제한업종 계획구역 지정 한도를 산업용지의 30%에서 50%로 확대하고, 업종특례지구 지정에 필요한 토지소유자 동의 요건은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낮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약 4조2000억원의 투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업별로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의 조기 이행이 함께 포함돼 있어 전액이 새로운 투자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 1차 대책에 이어 현장 건의를 추가로 발굴하고, 3분기 중 초혁신경제 선도프로젝트와 녹색산업 등을 중심으로 2차 투자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