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교착 길어지자 유가 90달러 육박…해상물류비도 '들썩'

  • 브렌트유 일주일 새 13% 반등…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우려

  • 원유 수송량 전쟁 전 4분의 1로 급감…美 봉쇄 집행 강화

  • 아시아 美 원유 수요 늘자 '파나마 운하' 통항권 경매가 16배

AI로 생성한 이미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고 해상물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높이고 미국도 대이란 해상 봉쇄를 강화하면서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 장기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로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요가 늘자 파나마 운하에 선박이 몰리고 있다. 엘니뇨에 따른 수위 저하까지 겹쳐 운하 통항권 경매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협상 기대 꺾이자…브렌트유 다시 90달러 육박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9.6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3.91달러까지 올랐다. 미·이란 간 합의 기대가 커졌던 지난 4일과 비교하면 각각 약 13%, 11% 상승했다.

여기엔 호르무즈 해협 조기 재개방 기대가 약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11일 "미국이 전쟁을 끝내고 해외 동결자금을 풀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공개된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 인터뷰에서 경제 압박을 계속해 이란이 스스로 실패하게 두거나 이란을 강력하게 타격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협상 교착은 실제 원유 수송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6척에 그쳤다. 최근 10일 평균 약 11척보다 적고 전쟁 전 하루 평균 125~140척과 비교하면 통항량이 크게 줄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석유류 수송량은 전쟁 전인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2160만배럴에서 올해 2분기 490만배럴로 급감했다. 지난달 중동 지역 원유 생산 차질 규모도 하루 평균 550만배럴로 추산됐다. EIA는 호르무즈 통항이 이달까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해상 봉쇄 집행도 강화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11일 "이란 항구로 향하던 파나마 선적 화물선 벨라노바호가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자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을 발사해 선박 조타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美 원유 찾는 아시아…파나마 운하까지 병목현상

호르무즈 봉쇄 여파는 파나마 운하까지 번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들어 파나마 운하 당일 통항권 경매 가격은 하루 평균 약 11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 넘는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대형 선박용 통항권은 일부 경매에서 최고 378만 달러를 기록했다.

운하 기본 통행료가 오른 게 아니라 당일 통항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매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전체 운하 이용 선박 가운데 최대 30%가 당일 경매에 참여한다.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다. 아시아 정유사와 에너지 기업들이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 걸프 연안 원유와 석유제품 구매를 늘리면서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주요 길목인 파나마 운하에 선박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엘니뇨에 따른 가뭄까지 겹치면서 병목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운하 운영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가툰호'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박 적재량 감소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난 3일 기준 통항 대기 선박은 113척으로 지난 1월 2일 40척 대비 세 배에 육박했다.

파나마 운하 당국은 "현재 수위 제한이 하루 통항 선박 수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위가 더 낮아졌을 때 추가 제한할 가능성은 열어 뒀다. 해운정보업체 아거스는 "가툰호 수위 하락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며 "상황이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2023년보다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