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60%·TSMC 40% 합작사 설립… 2029년 아이폰용 공급 전망
삼성전자 추격에 공동생산 승부수… 로봇·자율주행 '피지컬 AI' 겨냥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 1위인 일본 소니그룹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달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총 1조 엔(약 9조원) 규모의 차세대 이미지센서 공동생산 사업을 추진한다. 소니가 약 60%, TSMC가 약 40%를 출자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2029년께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의 추격을 받는 소니가 TSMC의 첨단 제조 기술과 투자 능력을 결합해 시장 선두를 굳히려는 승부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니와 TSMC가 차세대 이미지센서 양산을 위한 투자안에 조만간 합의하고,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안에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양사는 지난 5월 차세대 이미지센서의 개발과 생산에 협력하기로 기본 합의했지만 당시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소니는 닛케이의 취재에 "답변을 삼가겠다"고 했고, TSMC는 "5월 발표 이후 새롭게 공개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생산 거점은 소니 반도체 자회사가 구마모토현 고시시에 두고 있는 이미지센서 공장에 마련된다. 공장 내부에 대규모 개발설비와 생산라인을 구축해 약 3년 뒤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사는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놓고 경제산업성과 협의하고 있다.
예상 총투자액 1조 엔은 소니 반도체 부문의 4년 치 설비투자액에 해당하며, TSMC가 구마모토현에 건설한 제1공장의 총투자액 86억 달러(약 1조 3500억 엔)에도 육박한다. 고시 공장은 지난 7월 구마모토 지진의 진원에서 30㎞가량 떨어져 있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구마모토현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수자원이 풍부하고 지열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비교적 저렴한 전력도 조달하기 쉽다. 양사는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구마모토현에서 반도체 투자를 중장기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합작사는 미국 애플의 아이폰에 고성능 카메라 센서를 공급할 전망이다. 향후에는 AI가 로봇과 자동차를 제어하는 '피지컬 AI'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려면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 센서의 성능이 중요하다. 양사는 AI의 인식 정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차세대 센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소니는 상보성 금속 산화물 반도체(CMOS) 이미지 센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중국계 옴니비전이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추격하고 있다. 소니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앞서 있는 TSMC와 기술 협력을 강화해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린다는 구상이다. AI 확산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제조 장비 가격까지 오르자, 소니는 TSMC와 투자비를 분담해 투자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번 합작으로 두 회사의 협력 범위는 위탁 생산에서 공동 생산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소니가 이미지센서의 센서 부문을 개발·양산하고, TSMC가 연산 처리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눠왔다. 앞으로는 합작회사를 통한 공동 생산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 도토키 히로키 소니그룹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TSMC와의 협력을 자체 생산설비를 최소화하는 '팹라이트 전략의 첫걸음'으로 규정했다. TSMC의 연간 설비투자액은 10조 엔 규모로 세계 최대여서, 소니로서는 장비 조달 면에서도 협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소니는 경쟁력의 핵심인 이미지센서의 특수 제조 기술을 TSMC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TSMC는 세계 최대 이미지센서 업체와 협력을 확대해 관련 노하우를 축적하고 피지컬 AI 분야의 사업 역량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TSMC는 대만에서 회로선폭 2~3㎚(나노미터)급 최첨단 반도체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활용해 최첨단 제품 이외의 반도체 생산을 일본으로 분산함으로써 지정학적 위험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TSMC는 이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제조 자회사 JASM을 통해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JASM에는 소니와 덴소, 도요타자동차도 출자했지만 TSMC가 지분 8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반면 이번 합작사에서 TSMC의 지분은 약 40%다. TSMC가 고객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한편 JASM 공장은 지난달 28일 규모 7.1의 강진 발생 후 가동을 중단하며 일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일부터는 공장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JASM은 전했다. 아울러 현재 건설 중인 제2공장 역시 공사를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