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승인 1년 넘었지만, 합병과 관련한 구체적 결과물 없어
합병 논의 길어지면서 국내 OTT 통합 효과 극대화할 '골든타임' 놓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지만 웨이브와 합병을 둘러싼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양사가 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 2023년과 달리 OTT 시장 경쟁 축이 가입자 확보에서 광고·라이브 콘텐츠 등 수익성 중심으로 옮겨간 데다 티빙이 독자 생존 가능성까지 보여주면서 주요 주주들이 합병 실익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0일 CJ ENM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대한 논의를 하반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장현경 티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하반기 양사 합병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전략적 투자자(SI)와 협의도 KT 논의와 연계해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지난해 6월 양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합병 이후 이용요금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 핵심 조건이다.
공정위 승인 이후 1년이 넘도록 양측은 합병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가 콘텐츠를 교류하고 일부 인력을 파견하는 등 사전 협업에 나섰지만 주요 주주 간 최종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합병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국내 OTT가 통합 효과를 극대화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합병 논의를 시작한 2023년 이후 경쟁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중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발 양산형 숏폼 드라마까지 등장하면서 이용자의 시청 시간이 빠르게 분산되고 있다.
티빙은 2분기 매출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한 1407억원, 영업이익은 턴어라운드한 60억원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등 라이브 콘텐츠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광고 수익을 늘리는 전략이 성과를 낸 것이다.
티빙이 독자적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일각에서는 적자가 누적된 웨이브와 굳이 합병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양사가 가입자를 합쳐 외형을 키우더라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KT도 달라진 시장 환경을 고려해 합병의 실익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박윤영 KT 대표는 지난달 23일 "현재 콘텐츠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이익 등 따져볼게 많다"고 말했다.
티빙의 2분기 흑자만으로 독자 생존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출 성장과 비용 효율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인 데다, 프로야구 중계권을 비롯한 콘텐츠 투자 부담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교수는 "티빙의 흑자 기조가 지속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합병은 단순히 규모를 키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양사의 중복 투자를 줄이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 OTT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짚었다.
합병의 실익 역시 가입자 단순 합산보다 콘텐츠 투자, 플랫폼 운영의 효율화에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OTT를 운영하려면 매년 일정 수준 드라마와 예능을 확보해야 하는데 양사가 합치면 작품 제작과 수급 부담을 줄이면서 구독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며 "각자 사업을 지속할 경우 가입자 1000만 명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우나 합병하면 가능성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통합을 통해 규모와 효율성을 확보하고 해외에서는 현지 OTT와 결합 등을 통해 구독자를 늘리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