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빠진 '주가 누르기' 방지…꼼수 승계 허점

  • '순자산가치 80%' 미반영한 세제개편

  • 상대평가방식 적용에 실효성 논란

  •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 세금 피할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승계를 앞둔 최대주주의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해 상속·증여세 과세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놨지만 꼼수 승계 차단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 하한으로 삼는 절대 기준이 빠지고 과거 주가와 업종별 상대평가를 활용하면서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의 평가액이 정상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주식 평가액의 하한을 순자산가치의 80%로 정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안으로는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의 편법 상속·증여를 충분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PBR 0.8이라는 절대 기준을 법률에 명시한 것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상장주식 가액을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의 종가 평균으로 산정한다. 최대주주가 승계를 앞두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줄여 주가를 낮게 유지하면 상속·증여세 부담도 감소하는 구조다.

이 의원 안은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다. 주가를 낮춰도 세금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 저평가를 활용한 절세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이 같은 절대 하한 대신 주가누르기 의심 기업을 두 가지 유형으로 선별한다. 최근 6년간 PBR이 유가증권시장 업종별 하위 25% 또는 코스닥시장 하위 10%에 해당하면 장기 주가누르기로 추정한다.

PBR이 높은 기업도 최근 1년간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고 현행 평가액이 최근 3년간 시가보다 30% 이상 낮으면 대상에 포함한다. 저PBR 기업뿐 아니라 특정 행위로 단기간 주가가 하락한 기업까지 포착하겠다는 목적이다.

대상 기업의 주식은 주가가 눌리기 전 가격을 반영해 다시 평가한다. 장기 저PBR 기업에는 현행 평가액을 30% 할증한 금액과 과거 최장 6년6개월간 평균 주가 중 큰 금액을 적용한다. 단기간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최근 6개월과 1년, 2년, 3년 평균 주가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두 방식 모두 시장에서 형성된 과거 주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랜 기간 낮게 유지됐다면 평가 기간을 늘려도 기업의 순자산가치에 기반한 적정 가격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과거 평균 주가가 더 높지 않다고 가정하면 PBR이 0.2인 기업의 평가액을 30% 올려도 PBR은 0.26에 그친다.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정한 의원안과 비교하면 과세 강화 폭이 제한적이다.

기업을 선별하는 상대평가 방식에도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업종 전체가 저평가된 경우 절대적인 PBR이 낮은 기업도 업종별 하위 25%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높은 업종에서는 주가누르기 의도가 없는 기업이 하위 그룹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주가누르기 기간과 행위 요건도 쟁점이다. 저PBR 상태가 6년간 이어지지 않으면 장기 주가누르기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기업설명 활동을 소극적으로 하는 방식은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처럼 명시적인 기업가치 훼손 행위로 포착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경기 변동이나 불가피한 사유로 PBR이 낮아진 기업을 걸러내기 위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사 절차를 두기로 했다. 추정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납세자가 주가누르기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의 종가 평균을 적용한다.

다만 구체적인 심사 기준에 따라 동일한 주가 하락에도 과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용 대상을 선별하는 단계에서는 사각지대가, 심의 과정에서는 과세당국의 판단 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순자산가치를 적용하면 상장기업의 복잡한 자산 구조를 일일이 평가해야 해 납세자 부담이 커진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시가주의 과세원칙, 평가에 따른 비용 등을 고려해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인 보충적 평가방법 대신 주식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주가)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