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가특구법' 이달 내 추진…지역 R&D 주 52시간 규제 완화
삼성·SK하닉, 반도체 연구 인력 80%가 수도권 기반
엔비디아·퀄컴 근무시간 제한 없어…TSMC 24시간 릴레이 R&D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적용을 두고 업계 안팎의 입법전이 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비수도권 특구 위주의 근로시간 유연화 특례가 추진되자 규제 완화를 촉구해 온 산업 현장에서는 "핵심 거점을 배제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되레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메가특구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발표한 1500조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 후속 조치로 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다.
지역 특구 내 소득 상위 3% 연구진 및 관리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이 핵심 골자다. 업무 몰입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규제 완화를 요구해 온 반도체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거점인 평택·이천과 연내 1기 팹 착공을 앞둔 용인 클러스터 등이 수도권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R&D 핵심 인력의 80% 이상이 집중된 이들 거점이 빠진 상황에서는 제도 개편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AI 반도체 패권전의 승패는 기존 거점에서 추진되는 초미세 선단공정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R&D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지역 균형발전도 필요하지만, 정작 핵심 R&D 거점이 배제된다면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적용 지역에 상관없이 전국 반도체 R&D 인력 전체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특례를 확대하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월 여야 합의 과정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삭제된 채 국회를 통과해서다. 고 의원은 "근무 지역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것은 기업 간 공정 경쟁을 해치고 국가 차원의 기술 적기 개발을 가로막는 유인"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와 퀄컴 등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통해 고연봉 연구 인력의 근무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대만 TSMC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통해 24시간 릴레이 R&D 체제를 가동 중이다.
반면 국내 엔지니어들은 반도체 설계 최종 단계인 '테이프아웃(Tape-out)'이나 수율 확보 등 업무 몰입이 필수적인 시기에도 주 52시간 규제에 막혀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R&D는 24시간 장비를 가동하며 수율을 잡아내야 하는 극심한 속도전"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이 시간 제약 없이 기술 개발에 화력을 집중하는 동안 국내 연구진만 획일적 규제에 갇혀 있다면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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