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주식 애호가 이재명 대통령, 코스피 급등락에 역풍"

  • 코스피 한 달 새 40% 급락한 뒤 하루 18% 반등

  • "고위험 ETF 서둘러 도입"…개인투자자 보호 부실 논란

  • 대통령실 "투자 선택권 확대 목적…추가 대책 마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이 한국 증시의 극심한 급등락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 증시 부양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해온 이 대통령이 국내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위험 금융상품 도입을 추진했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 손실을 키웠단 비판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주식 애호가인 한국 대통령, 급격한 시장 변동으로 비난받다’라는 제목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코스피는 지난주 한때 한 달 전 고점보다 약 40% 떨어졌다.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제한하는 대책을 내놓은 뒤에는 하루 만에 약 18% 오르며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 보면 코스피는 여전히 50% 넘게 오른 상태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두 회사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내리는 폭도 크게 확대됐다. 올해 코스피가 하루에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32차례로, 전체 거래일의 약 4분의 1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코스피 거래가 시작된 1980년대 이후 가장 변동이 심한 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급등락을 키운 요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두 배로 따라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지목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에 1% 오르면 약 2%의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반대로 주가가 1% 떨어지면 손실도 약 2%로 커진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전문투자자가 거래하지만 한국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을 사들였다. 한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 이들 종목을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 하루 거래대금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가 이 상품 도입을 추진한 것은 개인 자금이 미국 주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해외 주식 투자가 늘면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월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만나 국내 주식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이후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말 출시됐다.
 
하지만 시장이 급락하자 정부가 고위험 상품 도입을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비판이 나왔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 없이 상품을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서 레버리지 ETF 승인 과정과 정부 대응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정부가 코스피 목표치를 제시하고 연기금이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면서 주가 상승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2025년 대선 당시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하고, 취임 후에도 국민에게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할 것을 여러 차례 권했다”고 전했다.
 
코스피가 올해 1월 5000선을 넘어선 뒤에는 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도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정부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예정된 휴가를 취소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 총재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이후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투자를 제한하는 등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레버리지 ETF가 투자자 선택지를 늘리고, 해외에서만 거래할 수 있던 상품을 국내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변동이 커진 만큼 추가적인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코스피가 일단 반등했지만 정치적 부담은 이제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하락이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경우 세수 확대와 복지 지출, 반도체 산업 육성 등 이 대통령의 주요 정책 추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