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호르무즈 합의 가능하지만…이란 핵협상은 아직 멀어"

  • "해협 개방 틀은 마련 가능…이란이 확보한 통제 지렛대는 유지될 듯"

  • "대이란 공격 예고·철회 반복…'협상·위협 신뢰성 모두 약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합의에 도달했음을 시사하고 핵 문제를 포함한 대화 재개를 예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협 개방을 위한 합의 가능성은 있지만 핵 협상까지 타결되기에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찰스 컵찬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에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전쟁을 계속하기보다 외교를 선호할 것"이라며 "이번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풀린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컵찬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 위한 협상 틀이 마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핵 문제에 관한 실질적인 합의 가능성을 두고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합의가 가능하더라도 아직 한참 멀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란이 이번 충돌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해협 운영 방식이 전쟁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쟁이 미국과 이란 모두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는 점에서 해협 문제에 대해서는 "타결할 수 있는 합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컵찬 연구원은 분쟁 확산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으로 움직이게 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이란의 쿠웨이트·요르단 미군기지 공격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선박 공격, 이집트 항구에서 발생한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공격 등을 거론하며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분쟁을 끝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다음에는 핵 문제에 관한 합의, 또는 이란의 비핵화라고 부를 수 있는 합의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하려는 일은 협상의 형태로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의 대화가 미국 시간으로 3일 오후 시작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협상 참석자,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2015년 이란 핵 합의 당시 미국 협상단에 참여했던 앨런 에어 중동연구소 외교 석좌는 미국과 이란의 직접 협상 가능성에 더욱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에어 석좌는 "이란은 미국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미국과 대화할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 문제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이란과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의미 있는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다루는 오만과 이란 간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오만이 다른 걸프 국가들과 의견을 조율한 뒤 이란과 협의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통행료 부과를 포함한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는 반면 오만은 요금이 부과되더라도 선박과 국가가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수석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예고했다가 철회하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협상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르시 부소장은 "종말론적인 위협을 내놓은 뒤 상대가 먼저 물러났기 때문에 자신도 공격을 철회했다는 인상을 주려는 지겨운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공격을 철회하고 외교에 다시 기회를 주는 편이 전쟁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며 "어느 순간 합의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와 제시되는 유인책에 대한 신뢰가 모두 사라지고 위협의 신뢰성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