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총량규제의 역설] 정부 일정 맞춰 집 샀는데…두 달 만에 자금계획 '흔들'

  • 급매 매수·실거주 일정 맞췄지만 주담대 한도 6억→3억원

  • 저소득층 보호 취지에도 2금융권선 취약차주부터 대출 제한

사진챗GPT
[사진=챗GPT]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총량 관리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규제 일정에 맞춰 이미 주택 거래에 나선 차주들의 자금조달 계획까지 흔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고 신용대출 취급까지 조여지면서 계약 당시 가능했던 대출이 잔금 시점에는 막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5월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종료를 앞두고 나온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급매물을 매수했다. 실거주 요건에 맞춰 9월 5일 잔금을 치르기로 하고 주담대 6억원과 신용대출, 보유 예금으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 달 사이 KB국민은행이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낮추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A씨는 총량 여건상 주담대 취급도 9월 20일께나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 다른 금융회사와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를 앞두고 급매물을 산 차주들 사이에서 비슷한 혼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했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를 의무화했지만, 정작 은행의 총량 관리로 매수인이 정해진 일정 안에 거래를 마치기 어려워진 것이다.

총량 관리의 문제는 차주의 상환 능력이나 담보가치 외에 금융회사의 남은 대출 여력이 실제 취급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충족해도 은행이 자체 한도를 낮추거나 접수를 늦추면 대출이 막힐 수 있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동시에 조여지면 계약 당시 세운 자금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기존 계약자의 잔금대출 피해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 이후 은행권 관계자들과 만나 이미 계약을 체결한 차주에게 잔금대출을 최대한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경기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단지에 잔금대출 한도를 추가 배정하는 등 은행권도 공급 확대에 나섰다. 다만 개별 주택 매매계약에 적용되는 은행별 주담대 한도와 신용대출 제한까지 완화될지는 불투명하다.

규제 취지와 현장 결과의 괴리는 2금융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제외했지만, 자동차담보대출 관리가 강화되자 일부 캐피털사는 저소득 차주와 소득 증빙이 어려운 개인사업자의 신규 대출부터 제한한 것으로 파악됐다. 캐피털사들이 총량을 빠르게 줄이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거나 소득 확인이 어려운 차주부터 취급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민 대출을 보호하려던 조치가 현장에서는 취약차주의 문턱을 먼저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