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지반보강 등 변수 여전…"사업기간 절반 단축 쉽지 않아"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사업기간을 약 30개월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공동주택 사업기간이 최대 19개월 늘어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장물 철거와 연약지반 보강, 문화재 조사 등 행정절차 개선만으로 줄이기 어려운 변수가 남아 있어 정부의 공급 속도전이 시험대에 올랐다.
2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택지 조성 기간을 줄이기 위해 통합심의를 확대하고 토지보상과 인허가, 관계기관 협의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공공택지 사업기간을 기존 60여개월에서 30개월 안팎으로 줄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에서는 현장 여건에 따라 일정이 늘어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왕숙 S-18블록은 지장물 철거 등의 영향으로 사업기간이 2027년 12월에서 2029년 7월로 19개월 연장됐다. A-17블록도 2029년 4월에서 같은 해 7월로 3개월 늦춰졌다.
고양창릉 S-3·S-4블록은 각각 2028년 12월에서 2030년 3월로 15개월 늘었다. S-3블록의 공급 규모도 1306가구에서 1282가구로 24가구 줄었다. 인천계양 A-10블록 798가구는 연약지반 보강 등을 반영해 사업기간이 2028년 6월에서 2029년 6월로 12개월 연장됐다.
하남교산에서는 문화재 발굴조사로 일부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부천대장 A-12블록은 공사비 상승이 반영돼 사업비가 408억원 증가했다. 일정뿐 아니라 사업비 부담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지구조성공사와 공동주택 건설, 철거·도로 이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같은 신도시 안에서도 공구별 진척도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LH 공사추진현황에 따르면 고양창릉 조성공사 1공구의 공정률은 25.53%인 반면 뒤늦게 착공한 2공구는 3.04%다. 공동주택 건설공사는 주요 블록에서 26~30% 수준을 보였다.
남양주왕숙에서는 조성공사 1공구가 20%, 3공구가 12.1% 진행됐지만 2공구는 3.2%에 머물렀다. 건축물 해체공사는 구간별로 20~45%, 국도 47호선 이설·지하화 공사는 9.9% 진행돼 철거와 도로 이설 등 선행공정도 상당 부분 남아 있다.
공정률 차이에는 착공 시점과 공종의 차이가 크게 작용한다. 후발 공구의 낮은 공정률만으로 계획보다 공사가 지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입주 일정이 이미 미뤄진 상황에서 지구조성과 주택 건설, 철거·이설 공정을 계획대로 연계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최근 국토부와 재정경제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가유산청, LH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택지 신속 혁신단’을 출범시켰다. 토지보상과 인허가, 환경·문화재 조사 등을 최대한 병행해 현장별 병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변수는 토지보상과 주민 이주다. 보상 협의가 장기화하거나 퇴거가 늦어지면 지장물 철거와 기반시설 공사도 함께 미뤄진다. 연약지반이나 매장문화재가 확인되면 추가 조사와 보강 작업도 필요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가 지연된 가장 큰 원인은 토지보상이 늦어진 데 있다”며 “500가구 기준 실제 공사기간만 36개월가량 필요한 만큼 기존 60개월을 30개월로 절반 단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3기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공급 속도만큼이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역교통망뿐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 생활편의시설 등을 입주 시기에 맞춰 함께 구축해야 실수요자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주거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