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버리지 ETF, 日 도쿄 증시를 흔들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상품 거래 활발… 키옥시아로 실시간 전파

  • 일중 변동률 석 달째 2%대… 키옥시아는 장중 18% 폭락

사진EPA연합뉴스
[사진=EPA·연합뉴스]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시장을 넘어 일본 증시까지 흔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닛케이평균의 일중 변동률이 리먼 사태 직후 이래 처음으로 석 달 연속 2%를 웃돌았다며, 그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등락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형 개별주 ETF 거래가 활발해진 점을 꼽았다.

일본 증시의 변동폭은 이미 이례적이다. 닛케이평균의 장중 고가와 저가 차이를 전 거래일 종가로 나눈 '일중 변동률'은 6월 2.6%, 7월 2.5%를 기록하는 등 5월부터 석 달 연속 2%를 웃돌았다. 석 달 연속 2%를 넘은 것은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부터 2009년 4월까지 8개월간 이어진 이후 처음이다.

2024년 8월 닛케이평균이 하루 기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을 때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세계 증시가 요동쳤을 때도 일중 변동률은 2%를 넘어섰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한두 달 만에 2% 아래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시장 전반을 뒤흔든 뚜렷한 충격이 없는데도 높은 변동성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처럼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는 배경을 분석하며 한국 증시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한국과 일본은 시차가 없고 주식 거래 시간도 겹쳐 한국 시장의 변동이 일본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등락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형 개별주 ETF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두 종목의 등락폭이 커지고, 그 영향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옥시아홀딩스 등 일본 AI·반도체주로 번진다. 주가가 높은 기술주들이 크게 움직이면 닛케이평균의 변동폭도 함께 커진다.

27일 시장 움직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닛케이평균은 오전 한때 전 주말 종가보다 60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가 오후에는 4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장중 1000포인트 이상을 오르내렸다. 결국 전 주말보다 320포인트 오른 6만4931로 마감했지만, 이 과정에서 코스피와 닛케이평균은 거의 같은 시각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시장에서 전달된 주가 변동을 일본 증시에서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개인투자자의 단기 매매도 지목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자기 자금보다 많은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의 매수 잔액은 6조 엔(약 53조6823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도카이도쿄 인텔리전스랩의 산도 쇼타 애널리스트는 주당 가격이 높은 키옥시아의 신용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닛케이평균의 변동폭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자금 유입 증가 


해외 투자자의 매매 방식 변화도 주가 등락을 키우는 요인이다. 일본 주식에 유입되는 해외 자금이 늘어난 가운데,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10조 엔을 넘는 날도 잦아졌다. 주가지수 선물을 주로 거래하던 해외 투자자들이 현물 개별주로 옮겨가면서 종목별 등락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 증시의 동조 현상은 28일 오전에도 나타났다. 한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어드밴테스트 등 반도체주와 소프트뱅크그룹, 키옥시아에 매도 주문이 몰렸다. 전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2% 넘게 떨어진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닛케이평균은 장중 전날 종가보다 2000포인트 넘게 하락해 6만2800선까지 밀렸다.

일본 AI·반도체주 가운데 키옥시아의 낙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키옥시아 주가는 장중 한때 4만4550선까지 하락하며 5만선이 무너졌다. 약 두 달 반 만의 최저치다. 전날 미국의 동종업체 샌디스크가 11% 넘게 하락하고 엔비디아도 5% 가까이 떨어진 데다 AI 과잉투자와 메모리 수급 악화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며 매도세가 거세졌다.

이번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발표하고 31일에는 키옥시아도 4~6월 실적을 내놓는다. 시장에서는 잇따른 실적 발표를 앞두고 키옥시아 주가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