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
ECB·BOJ도 물가 움직이자 올려
한은도 내달부터 금리 조정할 듯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불가피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모드로 돌아서면서 세계 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 둔화 우려 속에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됐지만, 인플레이션과 강한 경기 흐름이 맞물리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앙은행이 잇따라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고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유동성 축소, 이자 비용 상승,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메시지는 더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FOMC 점도표에서 위원 18명 중 9명이 연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전망했는데, 지난 3월에는 인상 전망이 한 건도 없었다.
이밖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BOJ)은 31년 만에 기준금리를 1% 수준으로 높이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한국 역시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연말 3.00%, 내년 3.50%까지 금리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시작되는 긴축 사이클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긴축 전환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경기 둔화와 함께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했다. 반면 현재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견조한 경기 흐름까지 이어지면서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급 충격뿐 아니라 수요 측 물가 압력까지 확대되면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도 주요국 통화정책이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연준이 ECB, BOJ의 금리 인상에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향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축 전환은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번 돈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인 39%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구조조정 압력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 역시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 최근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 시장 기대 속에 늘어난 가계대출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산시장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증시를 떠받쳐 온 유동성이 축소될 경우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돼 단숨에 '9천피'를 달성한 국내 증시에 찬물을 뿌릴 수 있다. 환율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위험자산인 원화는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다만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수출 기업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박종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와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약 7조원 늘어난다"며 "앞으로 금리가 세 차례 정도 인상될 경우 추가 이자 부담이 20조원을 넘을 수 있는데 올해와 내년에는 재정 여력이 충분해 재정정책이 일부 상쇄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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