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희비'
해외 상품 국내로 들여오는 기업들
수입 원재료 의존도 높은 업종 타격
원화 약세 삼양식품·오리온 등 수혜
외국인 관광객에겐 한국 '쇼핑 천국'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웃돌며 유통업계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식품·외식업체와 자영업자들은 원가 부담에 신음하는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기업과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흡수한 백화점은 반사이익을 누리며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환율 장기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수입 원부자재 비중이 높은 외식업계와 골목상권이다. 실제로 라면·과자 포장재용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500달러에서 최근 730달러대로 50% 가까이 뛰었고, 가공식품 전반에 쓰이는 대두유 가격은 1년 전보다 53.2% 급등했다. 캔 용기용 알루미늄값 또한 연초 대비 25% 늘어났다.
이에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6·3 지방선거 직후 일제히 소비자 가격 인상에 나섰다. 메가MGC커피가 오는 19일부터 대표 메뉴인 '할메가커피' 가격을 200원 올리기로 결정한 데 이어, 커피빈코리아는 바닐라라떼 스틱커피 금액을 최대 8.1% 상향 조정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9일부터 11개 브랜드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11% 인상했다.
버거킹·맥도날드·롯데리아 등 버거 프랜차이즈 전반으로도 가격 조정 행렬이 이어졌다. 굽네치킨은 순살 메뉴 원료인 닭다리살 중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을 단행했다. 편의점 가공식품류 판매가 전반은 이달 초부터 5~10% 안팎으로 뛰었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도 급제동이 걸렸다. 올해 1분기 온라인 해외직구액은 1조97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가운데, 일부 배송대행업체의 경영난까지 겹치며 소비자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고환율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거두는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됐다.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오리온 역시 원화 약세에 따른 환산 이익 효과를 보며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백화점업계는 달러 강세 덕분에 '외국인 쇼핑 특수'를 맞았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쇼핑 천국으로 부상한 덕분이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5월 외국인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40.6%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4~5월 외국인 매출은 230% 급증했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 시장이 활기를 띠며 지난 4월 전자상거래 수출액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월간 2억 달러를 돌파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수록 기업 간 성적표는 더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초기엔 수출 기업의 단기 이익으로 작용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입 원자재 가격과 공급사 납품단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해 결국 국내 기업의 80.1%가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계획 수립 당시 환율을 1450원 수준으로 높게 잡았음에도 현재 환율이 이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고환율 기조가 지속된다면 원가 부담을 내부적으로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어 내수 기반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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