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고든 브루킹스 연구원 "한국 등 파트너 다변화할 것" 전망
미국과 이란이 휴전 양해각서 체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쟁 이후 중동 정세를 두고 걸프 국가들이 '각자도생'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을 다변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1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자지라는 "걸프 국가들은 자신들이 시작하지 않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면 장기적인 안보 솔루션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 가지 가능성은 중동 국가들이 다양한 상호방위조약 등 안보 동맹을 맺는 가능성이다. 방송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이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예로 들었다. 이 조약은 한쪽이 공격을 당하면 양국을 공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강력한 내용이다.
전통적으로 친미 성향을 보여왔던 걸프 지역 국가들이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걸프 지역 이슬람 국가들을 '형제국'이라 부르면서도 막대한 양의 미사일과 드론을 쏟아부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는 2022년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복원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의 관계를 2023년 회복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특히 UAE는 국제 금융 중심지인 두바이에 많은 미사일을 맞아 안전한 글로벌 도시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기사에서 카타르 정부가 지난 3월 이란 정부와 비밀리에 접촉해 자국의 천연가스 설비를 공습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이란의 공습으로 가스 설비에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걸프 국가들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체 운송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에서 채굴한 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서부 지역 얀부로 옮긴 뒤 한국 등으로 수출했다. UAE도 호르무즈 해협 바깥 오만만에 있는 푸자이라항으로 원유를 우회한 뒤 해외로 실어 날랐다. 하지만 바레인이나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은 우회로가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하지만 사이먼 바본 영국 랭카스터대 교수는 "앞으로 막대한 투자와 수년간의 투자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겠지만, (수송 용량은) 호르무즈보다는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립 고든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전쟁 이후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마이웨이'가 가속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연구소에서 발표한 글을 통해 이란 전쟁 이후 나타날 지정학적 특징으로 ▲걸프 국가의 대미 자주성 추구 ▲걸프 국가 내 분열 가속화 ▲이스라엘의 미국 및 아랍국가와의 분열 등을 꼽았다. 고든 연구원은 "아랍 국가들이 투자, 방산 장비, 정치적 지원 등 이점을 제공하는 주된 파트너로서 미국에 의존하는 것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럽이나 한국, 호주 등 다른 잠재적 (무기) 공급처 및 파트너로서의 다변화를 꾀해 미국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비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정치 전문가인 마주브 알주와이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2019년 제안했던 '호르무즈 평화 이니셔티브' 같은 안보체계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이웃 국가에 미사일을 퍼붓는 동안 무슨 불가침 조약을 제안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론적으로는 (타당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란의 행동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는 의미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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