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럽 4개사에 2500억 투자 유치…디지털·공급망 협력 강화했다

  • 李대통령, 한-EU 정상회담…디지털통상협정 정식 서명

  • 철강 관세쿼터·탄소국경조정제 등 통상 규제 완화 요청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0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연합(EU) 방문을 계기로 총 2500억원 규모의 유럽 소재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또 양국 간 타결된 디지털통상협정(DTA)에 공식 서명하는 등 통상·투자·디지털 분야에서 주요 협력 성과를 도출했다.
 
한국 대통령의 EU 방문은 약 8년 만이다. EU는 세계 최대 무역블록이자, 우리나라의 제3위 교역국이다. 4억5000만명의 인구, 27개 회원국에 이르며 국내총생산(GDP) 18조 유로에 달하는 제3지대 거대 단일 시장이다.
 
산업통상부는 코트라와 함께 ‘유럽지역 투자신고식’과 ‘유럽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유럽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와 미래 투자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유럽지역 투자신고식에서는 김정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 기업 4개사가 총 1억6500만 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신고했다.
 
먼저 독일 첨단소재 기업 오라폴(Orafol)은 이번 투자를 통해 지난해 인수한 반사 필름 분야 한국 기업의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오라폴의 기술과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 수출 중인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아태지역의 반사 필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프랑스 기업 콴델라(Quandela)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 분야 선도 기업으로 한국 산학연과의 연구개발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을 연구개발 및 제조 허브로 육성해 양자컴퓨터 기술의 확산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Prodrive Technologies)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장비 모듈을 수입·판매하기 위한 한국법인을 최초로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첨단산업 공급망에 참여하기 위한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사업 결과에 따라 추후 제조 거점, 연구개발(R&D)센터 구축까지 고려할 예정이다.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 기업 스웨덴 기업인 마이크로닉(Mycronic)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을 연구 거점으로 삼아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의 기술혁신을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다.
 
유럽투자가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유럽 투자기업들과 미래 투자 협력 방향을 모색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국의 경쟁력 있는 첨단산업 공급망과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앞으로도 유럽 기업들에게 새로운 협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 인센티브를 지속 확대하고 규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외국기업의 목소리를 청취해 한국 투자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이 적시에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EU 마로시 셰프초비치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은 양측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한-EU DTA에 정식 서명했다.
 
한-EU DTA는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결한 양자 디지털 통상협정이자, 5대 교역 상대국과 체결한 최초의 디지털 통상협정이다.
 
양측은 2011년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전통적 통상 관계를 디지털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급변하는 디지털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DTA는 총 42개 조항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디지털 통상협정으로 양측은 2023년 10월 협상을 개시한 이후 7차례 공식 협상 등을 거쳐 2025년 3월 협상 타결을 선언한 바 있다.
 
한-EU DTA에는 기본적으로 컴퓨팅 설비 및 데이터 현지화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기업이 EU 진출 시 반드시 현지 데이터센터를 증설할 필요가 없으며, EU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국내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수·출입·유통·판매 등의 조건으로 소스코드 이전·접근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중요 자산이자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소스코드가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우리 소비자가 EU 플랫폼을 통한 전자상거래 활동 시 겪을 수 있는 사기 등을 미연에 방지하며 소비자 구제를 위한 적절한 수단을 마련하도록 정했다.
 
EU 소재 전자상거래 기업 및 송신자로부터의 스팸메시지 수신을 거부하거나 수신에 동의하도록 함으로써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디지털 교역 과정에서는 전자 서명 또는 전자 인증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도록 정했고 수입·수출 등 과정에서 종이 대신 데이터 기반 문서와 양식을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통관 시 요구되는 각종 다양한 서류 또는 데이터를 단일 창구에서 전자적으로 접수해 행정·통관의 절차 간소화와 행정 비용 절감을 추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한-EU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안보·경제 영역에서 폭넓게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에서 “양측의 안보·방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며 “협정이 조속히 체결돼 양측이 민감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이를 활용한 산업·연구 협력 역시 활발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EU 비밀정보보호협정 추진은 최근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유럽 안보가 긴밀히 연계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경제 분야에서는 다자무역체제의 중심축인 세계무역기구(WTO)의 강화·개혁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한·EU 간 무역, 투자, 공급망, 디지털, 첨단기술, 에너지 및 혁신 등 전략적 중요 분야의 양자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철강 관세쿼터(TRQ)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EU의 통상 규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EU는 우리에게 있어 중국·미국에 이은 제3위 교역 대상이자, 제1위 투자 파트너”라며 “이번 협정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데이터 비즈니스 환경이 구축되고, 양측 간 디지털 교역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서는 에너지 안보, 에너지 시스템, 에너지 전환 분야의 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해양 풍력과 수소 에너지, 더 나아가서는 원자력·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강도 높게 논의한 SMR(소형 모듈 원자로) 분야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