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오세훈 공판 재개...강철원 "여론조사 의뢰한 적 없다"

  • 강철원 "명태균, 본인이 샘플 자발적으로 들고 와 보여 줘"

  • 오세훈 "명태균, 사기죄로 기소해야 마땅"

  • 재판부, 12일 공판 한 차례 더...17일 결심공판 진행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로 잠시 멈췄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이 재개된 가운데 오 시장 측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오 시장이 지난 3일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재판이다.

재개된 공판에서는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캠프의 핵심 실무자였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측은 강 전 부시장에게 오세훈 캠프가 명씨에게 서울시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검측은 오 시장 측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직접 의뢰하고 공천 관련 내부 자료를 공유하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추궁했으나, 강 전 부시장은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특검은 명 씨의 검찰 조사 당시의 진술을 인용하며 오 시장이 2021년 1월 나경원 후보를 이기는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비용 조달을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한정 씨에게 부탁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강 전 부시장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이며, 오 시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고 단호히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선거를 여러 번 치르는 동안 자체 여론조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며 명씨에게 조사를 지시했다는 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또한 명 씨가 가져온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본인이 전문가라며 샘플 격으로 자발적으로 들고 와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며 "비용을 논할 단계조차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강 전 부시장이 거듭 의혹을 부인하자 특검측은 지난 2021년 1월 강 전 부시장이 지상욱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에게 여론조사가 언급된 문서를 보내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명씨에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7차 회의 자료를 보낸 카카오톡 문자 내역을 제시하며 여론조사 수행을 위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강 전 부시장은 "정확한 경위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대방이 요구했기 때문에 의례적으로 보내준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7차 공관위 자료는 후보 면접 시간이나 PT 진행 방식 등 여론조사와 무관한 내용이다. 당시 명씨라는 인물의 신뢰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었을 뿐, 여론조사를 정식 의뢰하기 위해 자료를 공유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전 부시장은 명씨가 전해온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품고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에게 분석을 맡겼던 일화도 설명했다. 그는 "지역별, 성별 인구 비율이 맞지 않아 결과가 왜곡된 사이비 조사라고 판단했다"며 명씨에게 강력히 문제 제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부시장은 이 과정에서 명씨와 격하게 욕설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강 전 부시장은 당시 주변 인물들에게 명씨를 언급하며 "창원 촌놈이 이상한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사기를 치려고 한다"고 말한 사실도 인정했다. 강 전 부시장은 명씨와 욕설을 주고받은 뒤 그의 여론조사 역량을 불신해 오 시장에게 사후 보고를 한 것을 끝으로 관계를 단절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빨간 넥타이에 감색 정장을 입은 채 피고인석에 자리한 오 시장은 재판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강 전 부시장의 증언을 청취했다. 특검측이 강 전 부시장에게 자신과 언급된 질문을 던질 때는 간간히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앞서 재판 출석을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오 시장은 취재진 앞에서 "수사기관이 명태균 일당을 사기죄로 기소해야 마땅하다"며 "민중기 특검(김건희 특검)의 목표대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나갔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 시장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수사기관은 범죄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기소하는 곳"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민중기 특검은 정말 악질적인 특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재판 과정을 통해 명씨와 강혜경 등 일당이 제공했던 여론조사는 모두 표본 수가 부풀려진 가짜 여론조사임이 밝혀졌고 법정 자백도 이뤄졌다"며 "이런 상태라면 수사기관이 명태균 일당을 사기죄로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해야 하는데 아직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며 법원에 신속한 재판을 당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일 한 차례 더 공판을 연 뒤 17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검측이 오 시장에게 어떤 구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며, 공무원 임용 및 선거권·피선거권이 일정 기간 박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