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연방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고물가와 이란 전쟁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공화당의 선거 패배로 이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당장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주요 교역국에서 받아낸 대규모 투자 약속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로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저항할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약속한 대미투자의 이행 속도를 늦추면서 사업을 재검토할 여지도 생겼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각각 3500억 달러와 5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은 이미 대미투자 이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 대미투자특별법을 제정하고 투자사업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9월에는 22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첫 투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도 후속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정치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기존 투자 약속을 일방적으로 철회하기는 어렵다. 양국이 체결한 MOU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양국 협의 절차를 거쳐 투자사업을 선정하고 한국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금을 납입해야 한다. 한국이 투자금 납입 요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미납 투자금에 상응하는 이자를 가져가거나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 통상 권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간선거 패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기존 투자 약속의 조기 이행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향후 대미투자의 핵심은 합의 자체를 재검토하기보다 개별 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고 투자 속도를 관리하는 데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MOU에는 상업적 합리성 등 안전장치가 포함돼 있다. 전략산업 투자는 연간 납입 한도가 200억 달러로 제한돼 있고, 외환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 납입 시기와 규모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특히 알래스카 LNG 등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는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사업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의회의 투자사업 감독이 강화될 경우 한국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의회의 견제가 실제 투자 조건 변경이나 납입 일정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정부 역시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기존 한미 합의를 토대로 대미 전략투자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 간 합의사항을 토대로 대미 전략 투자를 계속 지속해 추진하겠다"며 "개별사항은 국익 최우선 원칙하에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된 절차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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