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개표 완료…여야 모두 과반 실패에 연정 구성 난항 전망

  • 네타냐후 진영 53석·야권 48석…아랍계 정당 19석 확보

  • 초정통파 UTJ, 야권 협력 가능성…병역 면제 문제가 변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여권과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참모총장이 주도하는 야권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오랜 우군인 초정통파 정당이 야권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차기 정부 구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새벽 완료한 개표 결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강경 우파 진영은 전체 의회 120석 가운데 53석을 확보했다. 2022년 총선에서 얻은 64석보다 11석 줄어든 것으로, 과반인 61석에는 8석이 부족하다.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이 이끄는 야권은 48석을 차지했다. 아랍계 정당인 조인트리스트와 라암은 각각 11석과 8석을 얻어 역대 최다인 19석을 확보했다.

단일 정당으로는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27석으로 제1당을 차지했고, 아이젠코트의 야샤르당이 21석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어느 진영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네타냐후 우군, 야권과 협력 가능성 시사

이 와중에 네타냐후 총리의 오랜 우군인 초정통파 정당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이 야권과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현지 방송 채널12에 따르면 UTJ 내부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기존 동맹을 유지하기보다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정부를 외곽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UTJ 관계자는 "네타냐후에게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며 "그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동맹은 수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UTJ는 이번 총선에서 7석을 확보했다. 이들이 네타냐후 진영에서 이탈하면 여권 의석은 53석에서 46석으로 줄어 아이젠코트 진영의 48석보다 적어진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초정통파 유대교 신학생의 병역 면제 문제다. UTJ는 종교학교인 예시바 학생들의 군 복무 면제를 법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네타냐후 정부가 관련 입법을 지연하면서 지난해 7월 연정에서 탈퇴했다.

아이젠코트 역시 초정통파에 대한 포괄적인 병역 면제에 반대해 온 만큼 양측이 협력하려면 병역법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혀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UTJ가 연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아이젠코트의 소수정부를 외곽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의회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대신 기권해 정부 운영을 뒷받침하고, 병역 면제 관련 입법을 협상하는 구상이다.

다만 해당 방안은 UTJ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단계로, 정식 합의나 당 차원의 결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아랍계 정당 행보 '촉각'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아랍계 정당들의 행보도 연정 구성의 주요 변수다. 아이젠코트 진영이 아랍계 정당 19석의 지지를 모두 확보하면 67석으로 과반을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야권 내부에도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에 반대하는 우파 정당이 포함돼 있어 실제 연정 구성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아이젠코트 역시 선거운동 기간 아랍계 정당들과의 협력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네타냐후 진영과 야권이 손잡는 거국 연립정부 구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양측의 정치적 갈등이 깊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국의 향방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4일 최종 선거 결과를 공식 확정할 예정이며, 헤르초그 대통령은 각 정당 지도부와 협의해 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아사프 샤피라 연구원은 헤르초그 대통령이 아이젠코트에게 먼저 연정 구성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인물에게는 28일의 정부 구성 기간이 주어지며, 필요할 경우 14일을 연장할 수 있다.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다른 후보자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이마저 무산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차기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과도정부 총리로 재임하게 된다.

NYT는 네타냐후 지지자들이 집권 연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 안도하는 반면, 그의 패배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은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정 구성 실패와 정치적 갈등으로 약 3년 동안 다섯 차례 총선을 치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