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 제기 1530억원대 ISDS 사건서 최종 패소

  • 英 법원에 취소 소송 포기…"추가 소요될 비용 등 고려"

  • 삼성물산 합병 반발해 2018년 7월 한미 FTA 근거 제기

  • 환송중재 판정부, 지난달 30일 배상 원금 그대로 선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사진법무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사진=법무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에 반발해 낸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에서 우리 정부가 최종 패소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선고된 환송중재 판정에 대해 "정부 대리 로펌·외부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심도 있게 논의한 끝에 영국 법원에 대한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반대했지만, 그해 7월 합병이 성사되자 당시 같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등을 문제 삼아 2018년 7월 1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이 사건 ISDS를 제기했다. 

원 중재 판정부는 2023년 6월 약 4849만달러와 지연이자 등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이에 정부는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한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에 해당한다고 본 원 중재 판정을 바로잡기 위해 같은 해 7월 18일 영국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1심 법원은 2024년 8월 1일 정부의 소를 각하하면서도, 직권으로 정부가 항소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후 영국 항소법원은 2025년 7월 17일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본안 판단을 위해 사건을 환송했다. 

영국 법원 취소 소송 환송 1심의 재판부는 올해 2월 23일 "국민연금공단은 ISDS에서 국가배상 책임의 행위 주체인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하고 남은 청와대·보건복지부의 행위만으로도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면서 원 판정을 일부 취소하고, 사건을 중재 절차로 돌려보냈다. 

환송중재 판정부는 지난달 30일 정부의 조치와 엘리엇의 손해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엘리엇에 배상원금 약 4849만 달러와 지연이자 등 총 약 1530억원의 배상 책임을 명했다. 

판정부는 "정부의 개입이 없더라도 합병이 가결될 것이었다면, 정부 고위 인사가 형사 책임을 감수하고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의 의결이 합병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가 되므로 다른 투자자들이 독립적으로 표결했다는 점 등만으로는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수 없고, 손해액의 재산정은 환송중재의 쟁점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할 수 없다"며 배상 원금을 그대로 선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는 관계 부처, 정부 대리 로펌,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판정문을 분석한 결과 추가로 소요될 비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