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야시장 축제' 열기...전 세대 매료시켜
서울시 '달빛상품권' 야간 경제 활성화 촉매제
전문가 "위생·치안 안전 협조, 임대료 문제 풀어야"
지난 27일 서울 신당 서울중앙시장의 오래된 건어물 점포와 어시장 노포 사이로 은은한 조명이 켜지자, 퇴근길 직장인과 2030 커플들이 익숙한 듯 발길을 옮겼다. 저녁 7시가 넘어서자 한산했던 시장 내 야장(야외 테이블)은 저녁 식사와 술 한 잔을 즐기려는 젊은 층으로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건어물 노포에서 '힙당동' 성지로… 전 세대 매료시키는 장으로 변화
신당동 서울중앙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 3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혀 온 대형 전통시장이다. 어시장, 건어물, 주방용품 등을 주력으로 다루던 이 곳이 최근 젊은 층의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몇 년 새 노포 골목 사이에 감성적인 와인바, 퓨전 요리점, 힙한 레스토랑이 입점하면서다. 저녁에도 활기가 돌면서 '힙당동'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날 방문한 시장 내 와인바에서는 청년들이 잔을 기울이고, 노포 테이블에서는 어르신들이 회 한 점에 약주를 즐기는 세대 상생의 풍경이 펼쳐졌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일부 유명 맛집은 저녁 시간 대에 웨이팅 줄이 길게 이어질 정도였다.
이곳 점포들은 밤 11시까지 불을 밝히며 청년층의 발길을 꾸준히 끌어모으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회집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평일 저녁보다는 주말 저녁에 손님이 2배 가량 더 많다"며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소문난 식당도 많아서 외국인들도 꽤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앞서 지난 24일 찾은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은 본래 지역 주민들이 반찬거리나 생필품을 사기 위해 찾던 전형적인 '주거지 밀착형 전통시장'이다. 낮 시간대 주부와 어르신 중심의 동네 시장이지만, 기자가 방문한 이날 저녁엔 야시장이 펼쳐지며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야외에 마련된 야장 테이블은 이미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만석이었다. 안주를 구매하면 무료 맥주 교환권인 '비행기 티켓'을 발급해 주는 공항 컨셉 이벤트가 펼쳐졌고, 한쪽에서 마련된 노래자랑 무대에는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졌다. 서울시와 강서구가 추진하는 '릴레이 야시장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이 행사는 전통 시장이 '로컬 문화·외식 플랫폼'임을 보여줬다.
평소보다 북적이는 시장 분위기에 상인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방신시장 상인 B씨는 "오늘은 젊은 친구들부터 아이들 소리까지 들려 시장 전체가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정책 결합...서울시 '달빛상품권' 등 야간 경제 활성화 가속
전통 시장을 세대 통합의 장이라 새로운 소비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지자체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서울 시내 12개 자치구의 22개 전통시장과 골목형 상점가 등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야간·음식문화 축제'가 대표적이다.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은 지난 1∼3일 세계 각국의 문화가 어우러진 '글로벌 로컬 페스티벌' 축제장으로 탈바꿈했고, 지난 24일 구로시장에서는 시민과 대학생 10명이 시장 대표상품 10가지를 소개하는 '한복 ON 구로마켓 런웨이'가 개최됐다.
오는 31일 중랑구 양원숲길 골목형 상점가에서는 책과 음식을 결합한 '오싹한 도서관'이 마련된다. 관악구 신원시장은 다음 달 13∼14일 청사초롱으로 골목을 밝히고 먹거리와 공연, 체험 행사를 연다. 서울시는 야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총 100억원 규모의 '달빛상품권'을 발행하며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서울 달빛야장도 야간 경제 활성화의 대표 사업이다. 저녁에도 시민들이 찾고 머물 수 있는 골목상권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난달 6개 상권이 선정됐다. 대상 상권은 건대맛의거리(광진)와 상봉먹자골목(중랑), 창동역 상점가(도봉), 사당1동 먹자골목(동작), 사당오락 달빛야장(관악), 신사 세로수길(강남) 등이다.
사당1동 먹자골목에서 양꼬치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주말에 비해 평일 손님이 적어 아쉬웠는데 달빛야장 사업을 시작하면 지금보다는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자체의 일회성 예산 투입만으로는 야시장 열기를 장기적인 상권 활성화로 정착시키기에 한계가 있어 보다 체계적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야시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특정 요일과 시간대를 정해 지속적으로 규칙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며 "전통시장 특유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위생적인 깔끔함이 유지돼야 하고, 우범화 방지를 위해 상인연합회나 경찰과의 철저한 치안·안전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권이 활성화돼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 임대료가 폭등하며 시장 고유의 색깔을 잃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자체 차원에서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행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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