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임 4년] "역전에 능하며 독한 삼성" 리더십 공고화…내부 갈등 수습은 과제

  • '버티는 투자' 결실… HBM4·영업익 100조 돌파

  • 빅테크 네트워크 경영 강화…5년간 6만 명 채용

  • 성과급 불균형 해소· 메가 프로젝트 안착 숙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는 데 관심 없다. 우리는 이 사업을 성장시키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10월 필리핀 출장길에서 단호히 던진 메시지다. 적자 누적으로 일각에서 분사설이 제기되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회장 취임 후 승부처마다 회피 대신 정면 승부를 선택하고 버티는 투자로 조직을 다잡으며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의 뚝심 투자 기조는 취임 첫날부터 예고됐다. 2022년 10월 별도 취임식 대신 사내게시판에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하고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는 글을 올렸다. 반도체 부문이 연간 14조원대 영업손실을 내는 위기 속에서도 "어려운 상황일수록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국면에서는 질책성 메시지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3월 9년 만에 열린 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를 주문했다. 당시 임원 2000여명은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받았다. 올해 실적이 반등했지만 이 회장은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며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고삐를 죄었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이 회장의 결단은 반격의 물꼬를 텄다. 2024년 5월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한 이 회장은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를 강하게 독려했다. 올 상반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첨단 선단 공정을 적용하며 반격의 발판을 다졌고 국내 기업 최초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글로벌 현장을 누빈 네트워크 경영도 빼놓지 않았다. 이 회장은 국내외를 오가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수시로 회동했다. 통합 반도체 솔루션을 앞세워 끌어낸 실질적 협력은 위기를 돌파하는 강력한 AI 동맹이 됐다.

경기 침체로 주요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이 회장은 대규모 청년 채용 기조를 고수했다.  이 회장은 청년일자리 간담회에서 "영업실적이 올라 채용 여력이 생겼다"며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인재 제일' 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미래 인재 확보가 곧 기업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향후 5년간 6만명 신규 채용에 나섰다. 

극복해야 할 내우외환의 과제도 남아있다. 실적 회복 과정에서 불거진 성과급 격차로 임직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게 최대 고민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반도체(DS) 부문 간 보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경영진이 보완책을 예고했으나 내부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미래형 거점 확보도 당면 과제다. 서남권을 중심축으로 추진 중인 미래 첨단 산업 메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새로운 도약을 이끌 대규모 생산·연구 단지로 조성해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이 회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초격차로 앞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