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싼 곳 찾아라" 고물가에 뜬 '할인 원정대'… 상설 할인매장·구내식당 북적

  • 브랜드 옷은 할인매장서, 점심은 구내식당서…고물가에 달라진 소비

  • NC픽스 강서점 매출 129.7%↑…GS25·CU 도시락도 두 자릿수 성장

방문객들이 21일 서울 강서구 NC백화점 강서점 7층 ‘NC픽스’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방문객들이 21일 서울 강서구 NC백화점 강서점 7층 ‘NC픽스’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왔어요.”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NC백화점 강서점 7층 ‘NC픽스’에서 만난 30대 주부 박모씨는 “더 추워지기 전에 스웨터와 패딩을 구매하려고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거주지인 마포구에서 30분 정도 차를 몰고 왔다는 그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 중 5만원대 패딩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NC픽스는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오프프라이스(상설할인) 매장이다. 국내외 브랜드 상품을 직접 발굴해 대량 매입하고 할인 판매한다. 메종키츠네와 아미 등 수입 의류를 비롯해 신발·리빙·키즈 상품을 정가 대비 통상 50~80% 할인하고 일부 상품은 최대 90% 저렴하게 판다. 물류 출고는 주 2~3회 이뤄지지만 매장 상품은 매일 교체된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전인 평일 오후, 한산할 법한 시간에도 매장에는 고객이 제법 있었다. 옷걸이에 걸린 상품을 하나씩 넘겨보거나 가격표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살피는 모습이 이어졌다. 신발과 생활용품 코너에는 외국인 쇼핑객들도 눈에 띄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 구매 동선이 달라지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쇼핑 원정에 나서고,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구내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식이다. 브랜드와 품질을 포기하기보다 같은 비용으로 더 나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할인 정보가 오프라인 매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매장에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회원을 대상으로 추가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었다.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5000원, 20만원 이상 구매하면 1만5000원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강서점 오픈채팅방 참여자는 22일 기준 약 3500명에 달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오픈채팅방에 상품 사진을 올리면 해당 상품을 찾거나 재고 여부를 문의하는 고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 상설 매장인 NC픽스를 찾는 주요 고객은 4050 중장년층이다.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10월 NC픽스 강서점과 분당점 매출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 26.6%, 60대 20% 순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평일 매출 증가세다. NC픽스 두 지점의 이달 평일 매출은 9월보다 약 3% 증가했다.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는 오후 2~5시로 취재 당시에도 많은 고객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매장 재단장 이후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서점은 리뉴얼 이후인 7월 15일부터 10월 20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9.7% 신장됐다. 분당점 역시 9월 23일 리뉴얼 개장 이후 이달 20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100.8% 증가했다. 두 점포 모두 재단장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그래픽=김효곤 기자]
 
점심 한 끼도 ‘가성비’…구내식당·편의점 수요 증가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 흐름은 점심 풍속도 변화에서도 두드러진다. 외식비가 오르면서 직장인들은 점심 한 끼 가격까지 따져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9월 김밥 평균 가격은 3923원으로 1년 전(3623원)보다 8.3% 상승했다. 비빔밥은 1만1577원에서 1만2000원으로 3.7%, 김치찌개 백반은 8577원에서 8846원으로 3.1% 올랐다. 칼국수는 9769원에서 1만38원으로 2.8% 오르며 1만원을 넘어섰다.

점심 한 끼에 1만원 안팎을 지출해야 하는 메뉴가 늘면서 직장인들이 일반 식당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오피스 상권 단체급식장 전경 사진현대그린푸드
회사원들이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오피스 상권 단체급식장 내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린푸드]

구내 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증가하면서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오피스 상권 단체급식 사업장의 올해 1~9월 누적 식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늘었다. 삼성웰스토리의 식수는 2023년부터 올해 예상치까지 연평균 7% 성장했다. CJ프레시웨이의 오피스·산업체 단체급식 식수도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련 매출은 연평균 11.7% 증가했다.
 
광화문에서 근무한다는 20대 직장인 한모씨는 "사내에 구내 식당이 별도로 없어 외부인도 이용 가능한 구내식당을 찾거나 인근 햄버거 매장, 편의점 등을 찾아 점심 한 끼를 때우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증가세다. 올해 1~9월 GS25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3%, CU는 10.3% 늘었다. 편의점 도시락은 별도 조리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외부 식당보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이 있다.
 
편의점업계는 한 끼 식사 수요를 잡기 위해 상품과 조리 방식까지 다양화하고 있다. GS25는 지난 21일부터 치아바타·소금빵 등을 활용한 샌드위치와 한입 크기 꼬마김밥을 선보였다. 4200원짜리 ‘화이트 데리야끼 치킨 샌드위치’와 3000원짜리 ‘디핑 시장식 꼬마김밥’ 등이 대표적이다.
 
CU는 최근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오븐 기능을 결합한 ‘스마트쿠커’도 도입했다. 상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미리 설정된 조리법에 따라 자동으로 조리하는 기기이며 대학가와 1인 가구 밀집 지역 등에 약 500대를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장기화하고 가계 경제 상황도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식비 등 필수 지출까지 줄이고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소비 행태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화하면서 의류나 식비 등 필수적인 지출까지 아끼는 상황에 놓였다”며 “다만 자신을 위한 소비나 즐거움까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어서 할인 정보를 공유하고 쇼핑 과정 자체를 즐기는 등 절약과 소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NC픽스 분당점 내부 전경 사진이랜드리테일
사람들이 NC픽스 분당점에서 의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랜드리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