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료 확보해 달라" 요청에도 묵살…공정위, 조민 업체 조사 실책 인정

  • 조민 측 주장 받아들여 무혐의…반박 자료 나오자 뒤늦게 재조사

  • 최초 신고서엔 원자료 확보 요청 명시…약 1년 지나 확보 불투명

  • 조민 "재조사 마쳤다"…공정위 "아직 통보도 안 해" 설명 엇갈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딸 조민씨의 화장품 업체 사적표시(세로랩스)에 대한 조사상 실책을 시인하고 재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가릴 플랫폼별 판매 페이지의 수정 기록 등을 뒤늦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초 신고 당시 사후 수정에 대비한 자료 확보 요청까지 있었는데도 공정위가 조씨 측 소명만 믿고 무혐의로 판단하면서 핵심 증거를 확보할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조씨 업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조씨 업체가 신라인터넷면세점 판매 페이지에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건에 대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쿠팡·화해·G마켓 등 다른 플랫폼에 대해서는 조씨 측 제출 자료만을 근거로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후 신고자가 조씨 측 자료보다 한 달 앞선 시점의 자료를 제출하며 이의를 제기하자 뒤늦게 재조사에 나섰다. 두 자료를 비교하면 지난해 10월 판매 페이지에서 누락된 내용이 조씨 측의 11월 자료에는 기재돼 있다. 이에 조씨 측이 사후 보완된 자료를 신고 당시에도 위반이 없었다는 소명의 근거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아주경제
조씨의 화장품 업체가 2025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왼쪽)와 신고자가 같은 해 10월 확보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오른쪽). 동일 상품의 설명 페이지지만, 10월 자료에 누락돼 있던 '화장품책임판매업자' 표기가 업체 측이 제출한 11월 자료에는 기재돼 있다.[사진=아주경제]
이를 규명하려면 당시 판매 페이지의 원본과 업로드·수정 기록을 대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최초 조사에서 해당 자료를 확보·검토하지 않았고, 문제가 된 시점으로부터는 이미 약 1년이 지났다.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이 정한 표시·광고 기록의 보존 기간은 6개월이다. 이 기간이 각 플랫폼별 최대 보존 기간으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현재 필요한 기록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자료가 소실됐다면 최초 조사에서 빠뜨린 검증을 재조사에서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공정위는 조사상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플랫폼별 수정 기록 등 원자료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업체 측 제출 자료의 진위와 수정 시점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는 신고자가 업체 측 소명과 배치된다고 보는 자료를 직접 확보해 추가 제출한 상태다. 조사기관이 확보하고 대조했어야 할 자료를 신고자가 찾아내 기존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자료 확보의 필요성은 최초 신고 때부터 제기돼 있었다. 아주경제가 입수한 신고 내용에는 조씨 업체의 위법성이 확인된 페이지의 링크와 함께 표시 내용이 사후 수정될 가능성에 대비해 플랫폼별 수정 기록이 담긴 원자료를 확보해 달라는 요청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또 조씨 업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경찰 조사 결과가 추가 첨부됐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업로드·수정 이력을 확인하지 않은 채 업체 측 소명만을 받아들였다.

공정위 담당자는 아주경제에 "조씨 측이 위반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처리에 실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업체 측 자료에 신빙성이 있어 보였고, 신고자료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신고자료가 부족했다는 해명은 보완 요구조차 없었다는 신고자의 주장과 맞물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신고자는 최초 신고 이후 공정위로부터 자료를 보완해 달라는 요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스스로 추가 자료를 제출했지만 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당시 사건 절차 규칙에 신고 내용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고자는 "신고자에게 보완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이제 와서 최초 자료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조사상 문제를 신고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주경제는 공정위에 신고자료가 부족했다면 왜 보완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최초 신고서에 명시된 원자료 확보 요청에 따른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으나 공정위는 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원자료 검증이 필요했던 이유는 플랫폼별 수정 권한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신라인터넷면세점은 조씨 측이 임의로 표시 내용을 바꿀 수 없는 구조였던 반면, 무혐의로 판단된 다른 플랫폼은 업체 측이 직접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업체가 직접 내용을 바꿀 수 있었던 만큼 제출된 화면이 신고 당시에도 동일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변경 이력을 검토하지 않고 업체 측 자료만을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재조사에서는 실제 수정 여부와 시점뿐 아니라 업체 측이 자료를 제출하며 어떠한 설명을 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후 수정된 페이지를 제출하는 것과 이를 수정 전 상태인 것처럼 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료의 제출 경위와 당시 소명 내용이 함께 규명돼야 허위자료 제출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조씨 측은 제출 자료의 수정·보완 여부와 제출 경위를 묻는 아주경제 질의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당사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성실히 진술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재조사 과정에서도 성실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수정·보완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자세한 사항은 전부 공유 어렵다"고 답했다.

당시 조씨의 변호인 측도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변호인들은 11월쯤 관련 문서를 조씨 업체로부터 확인했지만, 위반 의혹과 관련한 수정·보완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자료 제출 과정에 조력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조씨 측이 언급한 재조사 진행 상황도 공정위의 설명과 차이를 보였다. 조씨는 지난 15일 SNS를 통해 "성실히 재조사를 마쳤다"고 밝혔으나 공정위는 아주경제에 "사건 접수 시점이 15일쯤이며 아직 조씨에게 재조사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제출 자료의 허위성이 확인된다면 형사 책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사 출신인 송승환 솔루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위·변조문서 기타 허위의 문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공무원을 속여 그 직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고의적인 허위자료 제출이 확인되면 취할 조치와 최초 조사 담당자 등에 대한 책임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사상 실책은 인정했지만 그 경위와 후속 대응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이와 함께 원자료 확보 요청을 받고도 확인하지 않은 데다 신고자료 부족을 이유로 들면서 보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면 뒤늦은 재조사 착수만으로 부실 조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