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특정·증거 연결 부실…막판 집중 기소에 공판 준비 허술
기존 특검 처분 뒤집은 근거가 핵심…내달 김대기 등 선고
2차 종합특검팀(권창영 특별검사)이 기소한 사건들에서 범죄행위와 입증 근거를 명확히 하라는 재판부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적용법조 누락부터 증거 정리 부실까지 드러나면서, 수사 성과로 내세운 기소에 공판 준비가 뒷받침됐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종합특검 사건의 쟁점은 공소사실 특정, 혐의별 증거 정리, 기존 특검 처분을 뒤집은 근거로 모인다.
국민의힘 나경원·김기현·윤상현·권영진 의원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에 중대한 흠결이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의원들이 인간벽을 형성해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공무집행방해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에 해당하는 행위가 기재되지 않았고, 적용법조에도 가중처벌 규정인 형법 144조 1항만 적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검이 물리력으로 집행을 저지한 행위를 유형력 행사로 봤다고 설명하자 재판부는 "그 부분을 왜 기재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각각 단독정범으로 기소했다는 설명과 공소장의 공모 취지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 조항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누가 어떤 행위로 폭행·협박했는지, 개별 범행인지 공동 범행인지 정리돼야 법원의 판단 대상과 피고인의 방어 범위가 명확해진다.
내란 사건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드러났다.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사건에서는 국헌문란 목적을 갖게 된 시점과 국회 진입 지시 경로를 특정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 등의 사건에서도 뒤늦게 가담한 사람의 국헌문란 목적이 공소장 어디에 기재됐는지 밝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계엄의 위법성을 설명하는 것과 피고인별 인식·행위·책임을 특정하는 것은 별개다. 재판부의 요구는 전체 수사 내용을 개별 범죄사실로 충분히 구체화했느냐는 질문이다.
증거 관리 부실은 재판 지연으로 이어졌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별로 증거목록을 구분하라는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상태에서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준비기일을 추가로 잡았다.
도이치모터스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서는 증거목록과 기록의 불일치가 문제로 떠올랐다. 윤 전 대통령 등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 사건에서는 피고인 측이 첫 준비기일까지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공소사실 인정 여부도 밝히지 못했다.
어떤 증거가 어느 혐의를 뒷받침하는지 정리되지 않으면 증거에 대한 의견 확인과 조사 절차가 늦어진다. 기소 단계에서 정리하지 못한 부담이 법정으로 넘어가 실체 심리까지 지연시키는 셈이다.
배경으로는 수사 종료 직전 사건 처리를 집중한 방식이 지목된다. 종합특검은 180일간 수사하면서 막바지에 기소를 집중하는 '헤비테일' 전략을 택했다. 전체 기소 사건 28건 중 22건이 종료 전 보름 남짓한 기간에 처리됐다.
집중 기소 자체가 부실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사건에서 구성요건 기재와 증거 정리 문제가 반복된 점은 기소 결정부터 공소장 작성, 기록 정리, 공판 인계까지 내부 검증이 충분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정확한 원인은 업무 분담과 검토 절차를 확인해야 하지만, 단순 오탈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기존 특검의 처분을 뒤집은 사건들은 기소 근거에 대한 설명 부담도 안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사건은 내란특검이 각하했고, 조 전 단장은 불입건 처분을 받았다.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 측은 종전 판단을 바꾼 이유와 특검 간 협의 절차 준수 여부를 문제 삼고 있다.
새 증거나 법리 판단에 따라 결론을 바꿀 수는 있다. 다만 기존 수사에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부분을 무엇으로 보완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공소사실 자체에 보완 요구가 이어지면서 재수사와 기소의 설득력도 함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는 특검이 공개적으로 내보인 자신감과 대비된다. 권 특검은 출범 당시 "오로지 법률과 증거가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4일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는 "적들에게 역량과 의지가 남아있는 한 이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며 상설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제안했다.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4월 유튜브 방송에서 권 특검 집무실에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수사 의지를 강조했던 특검이 법정에서는 기소한 범죄를 어떤 사실과 증거로 입증할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검 관계자는 최근 방송 보도에서 "재판부의 지적에 따라 다음 공판은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 오후 2시에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전무곤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다음 달 3일에는 김종욱 전 해양경찰청장과 안성식 전 해경 기획조정관 사건의 첫 공판이 예정돼 있다.
종합특검의 첫 기소 사건인 관저 이전 예산 불법 전용 의혹 사건은 다음 달 27일 오전 10시 30분 선고된다. 특검은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징역 4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 측은 사익이나 특혜 없는 예산 조정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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