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산 수입 규제 확대할까…'시장 전면 차단' 카드 검토

  • EU 정상회의 브뤼셀서 15~16일 개최

  • 킬스위치·세이프가드 등 대응수단 강화 검토

  • EU '대화-압박' 투트랙 전략에 中 반발

  • 中전문가, 상호신뢰 훼손·보복 경고도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인 마로시 셰프초비치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인 마로시 셰프초비치와 지난 10월 10일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유럽연합(EU)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신속하게 제한할 수 있는 '킬 스위치' 등을 포함한 무역 대응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 급증이 우려되는 화학·기계 등 산업에는 수입 할당량이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15~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회에 이같은 내용의 새로운 무역 대응 수단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블룸버그는 집행위가 연말까지 관련 제안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앞서 제안한 '킬 스위치'는 특정 국가의 불공정 무역이나 경제적 강압으로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될 경우 EU가 역내 시장 접근을 신속하게 제한하는 수단이다. EU 회원국 사이에서는 이러한 대응 수단을 도입하는 방안에 폭넓은 지지가 형성됐다고 SCMP는 전했다.

시장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중국이 특정 불공정 무역 관행에 가담할 경우 우리는 중국 제품의 유럽 시장 진출을 제한할 수 있으며, 시장을 완전히 폐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극단적인 조치이자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EU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 급증이 우려되는 기계, 화학 등 다른 산업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 할당량이나 관세 등을 통해 수입 급증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EU는 이미 자체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화학·제약·기계 산업의 수입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SCMP는 EU가 향후 수주 안에 이들 산업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EU와 중국은 2027년부터 EU의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량을 연간 35만대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EU는 이 합의를 다른 산업의 수입 제한에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국 기업을 보호할 만큼 수입 한도를 낮게 설정하면서도 중국의 보복을 유발하지 않을 수준을 찾는 것이 과제다.

이 밖에도 유럽 기업들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도록 유도하거나 의무화하는 수단, 중국의 보복 조치로 피해를 본 기업을 지원하는 '연대 메커니즘' 등 새로운 무역 대응책도 추진 중이다.


SCMP는 EU 회원국들이 중국과의 대화를 지속하는 동시에 유럽 산업 보호를 위한 대응 수단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에 지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EU가 이처럼 대중국 무역 대응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중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9월 348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달 중국의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했다. 중국의 올해 연간 무역흑자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치인 1조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달 중국과 협상을 통해 하이브리드차 수입 제한에 합의하자마자 EU가 추가 규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양측의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6일 EU가 새 무역대응 수단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신문을 통해 EU의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 중국과의 상호 신뢰를 약화하고 대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저우미 연구원은 "EU가 중국과 어렵게 이룬 합의를 훼손하려 한다면 양측 모두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U 일부 정치인들이 하이브리드차 합의를 대중국 압박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젠쥔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중국·유럽관계센터 주임은 "EU가 이러한 오해를 바탕으로 대중국 압박을 계속한다면 중국의 대응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