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그늘] 제조업 대출 83% 운전자금 쏠림…"기술혁신에 돈 흘러야"

  • 시설자금 증가액 '4.4조→1.4조' 감소

  • "생산성 높이는 곳으로 자금 공급돼야"

가계대출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타대출이 급증하며 목표치를 2조4천억 가까이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2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의 모습 2026722 
    ksm7976ynacokr2026-07-22 145507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생산적 금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제조업 대출 증가액의 80% 이상이 운전자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시설투자보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 공급이 늘면서 생산적 금융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 통화금융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제조업 대출은 전 분기보다 8조4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1분기(11조원)보다 2조6000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5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2조6000억원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4조1000억원)와 4분기(1조5000억원) 증가액을 합친 규모도 웃돈다.

문제는 대출 자금의 쓰임새다. 올해 2분기 제조업 대출 증가액 8조4000억원 가운데 운전자금은 7조원으로 전체의 83.3%를 차지했다. 반면 공장 신·증축과 기계설비 도입 등에 쓰이는 시설자금 증가액은 1조4000억원에 그쳤다. 시설자금 증가액은 1분기 4조4000억원에서 3조원 감소한 반면 운전자금은 같은 기간 6조6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늘었다.

전체 산업대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은 전 분기보다 30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운전자금이 23조8000억원으로 77.8%를 차지했다. 시설자금 증가액은 6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조5000억원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쏠린 자금을 기업 투자와 첨단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시중 자금이 생산적 영역으로 유입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제조업으로 자금 공급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출 증가가 곧바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자금은 원자재 구입과 임금 지급 등 생산활동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신규 투자나 기술혁신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적 금융이나 포용적 금융이라는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대출 자금이 실제 필요한 곳에 쓰이고 경제활동에 기여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금 역시 생산활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 시설자금과 단순 비교해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R&D)과 기술혁신, 투자 등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로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생산적 금융 대출은 대출 규모보다 얼마나 부가가치 창출력이 높은 기업으로 흘러가느냐가 핵심 이슈"라며 자금 배분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은행권은 여신 심사와 사후관리 역량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담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 미래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려면 심사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지고, 대출 취급 이후에도 기업의 상환능력을 지속해서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조업 대출은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기술력과 사업성 등 심사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다"며 "은행들도 기술신용평가 활용을 확대하고 전문인력 확충과 전담조직 운영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