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조 달러 '매출 청구서' 받은 AI DC...빅테크 현금·금융권 부채에 '경고등'

  • 베인 "기존 AI 서비스 매출 최대 1조8000억 달러…4조2000억 달러는 새 시장서 찾아야"

  • 하이퍼스케일러 캐팩스 중 부채 비중 3분의 1…금융권 "신용도 서서히 약화"

AI로 만든 이미지 사진챗GPT
AI로 만든 이미지 [사진=챗GPT]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DC) 투자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AI 산업이 2031년까지 연간 6조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같은 보고서가 제시한 2030년 연 2조 달러에서 1년 만에 요구치가 3배로 뛴 것이며 기존 AI 서비스가 낼 수 있는 매출은 최대 1조8000억 달러에 그쳐 최소 4조2000억 달러는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몫이다.
 
문제는 이 격차를 메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부족분 중 약 3분의 2는 아직 상용 제품이 없는 영역에서 나와야 하고, 데이터센터 규모와 비용은 12~16개월마다 2배씩 불어나는데 전력·칩·인허가는 동시에 부족하다.
 
◆ 인프라 투자 급증에 4.2조 새 시장에서 찾아야

11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이하 베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컴퓨팅 용량·가속기와 메모리 칩 업그레이드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지출은 2031년 연간 최대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베인은 인프라 투자가 산업 매출 중 약 25%를 차지한다는 클라우드 업계 추세를 적용해 매출 요구치를 6조 달러로 도출했다.
 
베인은 소비자용 AI(구독·광고)가 2000억~4000억 달러, 여기에 소프트웨어 개발·영업·마케팅·고객지원 등 기업용 AI를 더한 기존 AI 서비스 매출이 1조2000억~1조80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상단인 1조8000억 달러를 적용해도 필요 매출 중 30%에 불과하고, 하단인 1조2000억 달러와 비교하면 필요 매출은 5배다.
 
나머지 4조2000억 달러가 모두 백지 상태인 것은 아니다. 베인은 AI가 검색을 대체하며 붙는 광고 등에서 1000억~2000억 달러, 자율주행차·드론 등 산업 자동화에서 약 4000억 달러, 시뮬레이션·디지털 트윈·로보틱스를 아우르는 피지컬 AI에서 최대 9000억 달러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를 모두 합쳐도 최대 1조5000억 달러에 그쳐 2조7000억 달러는 신약 개발, 정신건강 지원, 배터리·반도체 소재 개발처럼 아직 상용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데이비드 크로포드 베인 글로벌 기술·미디어·통신(TMT) 부문 회장은 "현재 논쟁은 직원 생산성에 쏠려 있지만 AI 인프라의 경제성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서는 수조 달러의 신규 매출을 요구한다"며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일으킨 혁신을 압도하는 혁신의 물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인프라가 수요 곡선보다 앞서 구축되고 있다"며 이를 지속 가능하게 조달하려면 연간 글로벌 GDP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요구치가 1년 만에 3배로 불어난 배경에는 인프라 투자액 급증이 있다. 지난해 보고서는 2030년까지 연 2조 달러가 필요하고 AI 비용 절감 효과를 감안해도 8000억 달러가 모자란다고 봤다. 베인은 이번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오라클의 2026년 설비투자(캐팩스)가 최대 7800억 달러로 3년 전 대비 5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는 5조~6조5000억 달러, 추가 전력 수요는 최소 150GW에 달하고,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을 5년 만에 거의 3배로 키우는 규모다. 주요 AI 데이터센터 규모와 비용은 12~16개월마다 약 2배로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등 칩 가격 상승도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력·변압기·용수 부족과 지역 주민 반대로 미국에서는 6월 분기에만 68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차단되거나 지연됐다.
 
◆투자 경쟁은 이어지는데…현금이 모자란다

빅테크의 투자 경쟁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이어졌다. 아마존은 7월 30일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2000억 달러에서 2200억 달러로 올렸고, 알파벳은 1950억~2050억 달러로, 메타는 하단을 1300억~1450억 달러로 각각 상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 제시한 1900억 달러 가이던스를 유지했다. 4곳의 올해 투자 규모는 7000억 달러를 웃돈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현금이다. 미국 매체 세마포는 지난달 15일 S&P 캐피털IQ 추정치를 분석해 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가 향후 6개 분기 동안 영업현금흐름보다 약 660억 달러를 더 쓰게 되고, 이를 차입과 주식 발행, 장부 밖 거래로 메울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분석에서 설비투자를 10% 줄이면 같은 기간 740억 달러 흑자로 돌아선다.
 
개별 기업에서는 목표를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오픈AI는 투자자들에게 2030년까지 컴퓨팅 지출 목표를 기존 1조4000억 달러에서 약 6000억 달러로 낮추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픈AI는 또 오라클과 함께 미국 텍사스 애빌린 스타게이트 부지 중 약 0.8GW 증설 계획을 접었으며, 노르웨이 스타게이트 사업에서 손을 떼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업을 넘겨받았다.
 
◆빚으로 짓는 AI 인프라…금융권 '거품' 경고

AI 인프라에 투자금을 대는 금융업계에서는 거품(버블)에 대한 우려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5일 기준 AI 관련 채권 발행이 5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공급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1%에서 올해 18%로 커졌다고 밝혔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중 부채 비중은 2025년 27%에서 올해 약 3분의 1로 높아졌고 2027년 35%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자산운용은 2030년까지 누적 AI 투자를 5조5000억 달러로 추정하면서 영업현금흐름과 증자로 충당할 수 있는 몫은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임대 의무 약 1조4000억 달러 가운데 약 1조1000억 달러는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도가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임대 약정과 대출 보증, 칩 구매로 자사 신용도를 네오클라우드와 AI 스타트업에 빌려주는 '섀도 렌딩'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는 구조의 불투명성을 짚는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지난달 연설에서 AI 투자가 "이익이 아니라 부채, 특히 사모대출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칩 제조사와 하이퍼스케일러가 AI 기업 지분을 사고 그 기업이 다시 칩과 컴퓨팅을 사들이는 순환금융 때문에 연결고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영국 중앙은행 금융정책위원회(FPC)도 최근 AI 가치평가가 7월 AI·반도체주 급락 때보다 심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토비아스 애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통화자본시장국장은 자산 수명과 부채 만기에 대한 불일치를 우려했다.
 
착공 현황도 계획과 차이가 난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6월 보고서에서 올해 가동 예정인 미국 데이터센터 24GW 가운데 12GW만 착공했고 2027~2028년 물량 중 최대 80%가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도 이 사이클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AI 서비스 매출이 인프라 투자를 따라가는지가 전제 조건이다. AI 수요와 함께 매출이 증가하고, AI 인프라 투자가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러한 투자가 AI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매출로 뒷받침되는 만큼 메모리 수요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의 AIDC 투자도 같은 변수에 노출돼 있다. SK텔레콤은 2035년까지 최대 15GW 규모로 AIDC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KT는 5년간 5조원을 들여 1GW급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며, LG유플러스는 경기 파주에 200MW급 AIDC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