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축구 4연패 직후 '군 면제' 발언·전역모 사진 논란
정치권 "제도 손봐야"…소관 상임위 의원들 국감서 관련 질의 검토
체육요원 편입 추천권 쥔 문체부, 7일부터 문체위 국감
오는 7일 시작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체육요원 특례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체육요원 편입 추천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쥐고 있다. 소관 상임위 의원들도 관련 질의를 검토하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한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1대 0으로 꺾었다.
엄지성의 결승골로 정상에 오른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부터 4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통산 우승 횟수는 역대 최다인 7회로 늘었다.
문제는 결승전 직후 나온 선수들의 말이었다.
주장 이기혁은 방송사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못 땄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입대가 9일 남았었다. 선수들에게도 군대 면제가 되게 중요한 대회였는데 제게는 특히 현실적으로 코앞에 있었다"며 "간절했고 절실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짐을 덜어내 뜻깊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양민혁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군 면제(병역 혜택)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쓰고 찍은 셀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복무를 마친 장병이 쓰는 모자를 복무 경험이 없는 선수가 쓴 사진이 퍼지면서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사진은 이후 삭제됐다.
비판이 커지자 세 선수는 이튿날인 4일 귀국 현장과 SNS에서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이기혁은 취재진 앞에서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며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양민혁과 박승수도 SNS에 사과문을 올렸고 대한축구협회도 같은 날 공식 사과문을 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이날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산 기자회견에서 "소양 교육을 통해 인터뷰 스킬부터 교육을 많이 했지만 모든 선수의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어떻게 보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발언이다. 국가대표 선수답게 표현에 품위를 갖추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씨는 정치권으로 번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군대가 혐오시설인가.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모두 호구인가"라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고 적었다. 이어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낡은 제도"라며 "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지금의 국가 위상에 맞게 다시 정해야 한다. 한 번의 입상이 아니라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대단한 성취이고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금메달에 대한 축하와 병역특례는 다른 문제"라며 "시대가 달라진 만큼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국제대회 성과로 국위를 선양한 특기자에게 병역 대체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1973년 만들어졌다.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에 오른 선수가 대상이다. 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해당 종목에서 활동하며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이행한다. 현역 입대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흔히 '군 면제'로 불린다.
제도의 법적 근거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관인 병역법이다. 다만 편입 추천과 복무 지휘, 감독 권한은 문체부 장관이 갖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체육요원이 되려면 문체부 추천을 거쳐야 하고 공익복무 이행 실적 점검도 문체부 몫이다.
소관 상임위인 문체위에서도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의심을 살 만한 장난이었다면 지탄은 감수해야 하고 선수들이 사과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라며 "사과는 받되 국민이 응원하는 국가대표라면 언행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를 손볼 책임은 정치에 있다. 무겁게 보겠다"고 밝혔다.
한 문체위 소속 의원은 국감 질의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5일 본지에 "아시안게임 체육요원 특례와 관련된 내용인 국감 주요 검토 질의사항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문체위는 오는 7일 문체부를 시작으로 국감에 돌입한다. 대한체육회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체육 분야 기관은 21일 감사를 받는다. 23일에는 문체부와 소속·산하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가 진행된다.
과거에도 체육요원 특례가 국감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2018년 10월 문체위 국감에는 선동열 당시 야구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직 국가대표 감독이 국감 증인석에 선 첫 사례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병역 미필인 오지환, 박해민 등을 발탁하면서 선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같은 달 국방위의 병무청 국감에서는 봉사활동 서류 조작 의혹이 터져 나왔다. 하태경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체육요원이 된 축구선수의 증빙 자료가 허위라고 지적했고 당사자인 장현수는 결국 실적을 부풀린 사실을 시인했다. 축구협회는 그해 11월 장현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 징계를 내렸다.
2023년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논란의 무대였다. 금메달을 딴 축구대표팀은 22명 가운데 20명, 야구대표팀은 24명 가운데 19명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해 10월 국방위 병무청 국감에서 임병헌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안 게임이 병역혜택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지난해에는 예술요원 제도가 문체위 국감에 올랐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부 국감에서 최근 5년간 예술요원의 88%가 국내 대회 입상으로 자격을 얻었고 한국인 참가 비중이 80%를 넘는 대회도 있다며 '무늬만 국제대회'라고 지적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당시 "사실이라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예술요원 편입 대회 전수조사를 하겠다. 일반 사람들이 느끼기에 공정하고 인정할 수 있는 대회에서 입상해야하는 것이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혜택을 준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문체부는 예술요원 편입 인정 대회를 35개에서 20개로 줄이고 2위까지 주던 특례를 1위로 좁히는 개편안 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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