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양민혁 병역 발언…박승수 전역모 셀카에 비판 확산
선수 3명 귀국 현장·SNS서 사과
정치권,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제도 개선 요구
이민성 감독이 지휘한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개최국 일본을 1대 0으로 제압했다.
엄지성(스완지 시티)의 결승 골을 앞세워 승리한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이어진 아시안게임 4연패이자 역대 최다인 7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쾌거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기 직후 병역 특례를 언급한 선수들의 발언과 행동이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강원FC)은 우승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못 땄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입대가 9일 남았었다. 선수들에게도 군대 면제가 되게 중요한 대회였는데 제게는 특히 현실적으로 코앞에 있었다"며 "간절했고 절실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짐을 덜어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양민혁(베스테를로) 역시 취재진과 만나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병역 혜택)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대표팀 막내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셀카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며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사태가 커지자 선수들은 귀국 현장과 개인 SNS를 통해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기혁은 취재진 앞에서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SNS에도 "선수단 대표 주장으로서 말의 무게라는 것을 생각하여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을 가지고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에 대해서 진심으로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며 "순간의 행복, 도파민, 흥분감에 의하여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거에 포커스를 맞춘 저의 그 발언들 행동들로 인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팬분들한테 그리고 진심 어린 응원을 해주신 팬분들한테 너무 죄송하고 사과를 드리고 싶었다"고 적었다.
양민혁 또한 SNS를 통해 "병역 혜택 역시 제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졌던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분들과 앞으로 그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모든 분의 노고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거나 조롱하려는 마음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진을 삭제한 박승수는 "경기가 끝난 직후 현장에서 팬 분께서 주신 모자를 받아 쓰게 됐다. 금메달을 딴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계신 분들을 조롱하거나 그 노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은 없었다"고 밝혔다.
체육계도 진화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사과문을 통해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은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이날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산 기자회견에서 "소양 교육을 통해 인터뷰 스킬부터 교육을 많이 했지만 모든 선수의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어떻게 보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발언이다. 국가대표 선수답게 표현에 품위를 갖추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정치권으로 번지며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 개선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군대가 혐오시설인가.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모두 호구인가"라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고 적었다. 이어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낡은 제도"라며 "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지금의 국가 위상에 맞게 다시 정해야 한다. 한 번의 입상이 아니라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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