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뛴' SK 지분 꺼낸 최태원…9440억 마련해 이혼 리스크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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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지분 매각을 통해 재산분할에 필요한 9440억원의 자금 마련에 나선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SK㈜ 지분가치가 크게 오르며 보유 지분 일부만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해 9년간 이어진 '이혼 리스크'를 털어냈다는 평가다. 

SK㈜는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주식 165만3924주(2.3%)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2일 공시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9440억원으로 이 가운데 5440억원은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증권사를 상대로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거래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1297만5472주에서 1132만1548주로 줄어든다.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낮아지지만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동이 없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도 25.2%에서 22.9%로 20% 이상을 유지한다.

이번 지분 매각은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7월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이에 재상고했지만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은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9440억원 전액에 대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재산분할에 따른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해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판단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는 최대 부담액을 미리 마련해 장기간 이어진 이혼 소송이 그룹 경영에 미칠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최 회장이 대규모 현금 마련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SK㈜의 높아진 지분가치가 있다. SK㈜ 주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주식 가치 산정의 기준을 둘러싸고 다퉜던 2024년 4월 16일 SK㈜ 종가는 16만원이었지만, 올해 6월 26일에는 81만5000원까지 올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SK하이닉스를 넘어 지주사인 SK㈜의 기업가치까지 끌어올리면서 최 회장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적은 지분을 처분하고도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거래 이후에도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5.5%,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22.9%가 유지된다.

당초 재산분할 재원으로는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SK㈜는 지난 7월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당시 거래가격을 단순 적용하면 최 회장이 보유한 29.4%의 가치는 약 9578억원으로, 재산분할금 944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SK실트론 대신 최근 가치가 크게 오른 SK㈜ 지분 일부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SK 측은 SK실트론이 아닌 SK㈜ 지분을 매각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 회장 개인이 보유한 주식에 관한 사안인 만큼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SK㈜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필요한 현금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고, 매각 이후에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해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 시장과 주주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회사의 안정적 경영과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거래구조와 규모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진행중인 법적 절차는 이번 지분 매각과 상관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