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멸 가능" 재차 언급…협상 난항 속 강경 메시지
美 재무부도 자동차·철도 등 이란 핵심 산업 추가 제재
1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 타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폭격 강도를 높일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유엔총회에서 이란을 '전멸'(annihilate)시킬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그렇게 할 것이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무기가 많다. 지난 6개월 동안 비축해왔다"고 주장하며 최근 수개월간 무기 재고를 확충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약 부족을 지적한 미 국방부의 공식 보고서에 대해서는 "대부분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면서 "일부 탄약의 재고 수준은 다른 종류에 비해 약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클라호마로 이동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도 이란을 향한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제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들은 매우 공정한 합의에 서명하거나, 아니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른바 '7일 계획'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1년 전에 승인하지 않았을 일을 오늘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이 해협을 개방하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그 제안의 일부는 봤겠지만,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그 제안은 그저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공습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미군은 중동 전력도 추가로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은 지난달 27일 모항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중동으로 출항했다. 제13해병원정대 소속 병력을 태운 마킨아일랜드 상륙준비단도 다음 날 출항했다. 추가 배치되는 병력은 9000∼1만명 규모로, 항모와 병력은 11월 말까지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재 중동에는 조지 H.W. 부시함과 조지 워싱턴함 등 항모 2척이 배치돼 있으며 미군 병력도 5만명을 웃돈다. 루스벨트함이 도착하면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중동에 미 항모 3척이 동시에 배치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도 강경 대응 시사
이란도 미국의 군사적 경고에 맞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마지드 에븐에레자 이란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백악관의 혼란을 상상 속 전쟁 드라마 뒤에 숨기지 말라"며 "여론의 압박과 미군의 피로 누적, 전쟁 비용 상승으로 당신들의 계산은 혼란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임 인터뷰에서 이란의 해군과 공군 등 군사력이 사실상 파괴됐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에븐에레자 장관 대행은 "방위산업이 파괴됐다는 주장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며 "전장에서 이란의 능력과 주도권을 보게 될 것이고, 그 정치적 영향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란이 상당한 미사일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미 중앙정보국(CIA) 평가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전 보유했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의 약 75%와 미사일 비축량의 약 70%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4.37% 오른 배럴당 102.31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 거래일 대비 2.71% 상승한 배럴당 92.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함께 이란의 산업 기반을 겨냥한 추가 제재에도 나섰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코드로(IKCO)와 사이파(SAIPA) 등 이란 양대 자동차 업체와 국영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철도공사(RAI), 중장비·철강 관련 기업 및 해외 공급업체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란 자동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두 업체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외국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미 재무부는 자동차와 철도 산업이 이란 정권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자금 조달망과 연결돼 있다며 이란 기업뿐 아니라 해외 공급업체와 중개업체까지 제재해 국제 조달망을 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군사·경제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협상 분위기도 악화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유엔총회를 계기로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진행된 미·이란 간접 협상이 진전이 없자 지난달 28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대표단에 미국을 떠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유엔총회 고위급 일정이 끝난 뒤 이란 대표단이 "너무 오래 머물렀다"고 판단해 출국을 요구했다. 미국 측은 당시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 측 설명을 반박하며 대표단의 출국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미 국무부에도 사전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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