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시장 합종연횡] 경쟁사도 파트너로…유통업계, 플랫폼과 손잡는 이유

  • 롯데슈퍼·백화점, 쿠팡이츠와 즉시배송 확대

  • 오아시스는 토스·컬리는 네이버와 장보기 동맹

  • 자체 투자 부담 줄이고 플랫폼서 신규 고객 확보

편의점 GS25-쿠팡이츠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 연출 이미지 사진GS25
편의점 GS25-쿠팡이츠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 연출 이미지 [사진=GS25]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이커머스·배달 플랫폼 간의 경계가 무너지며 온라인 장보기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독자적인 배송 인프라 구축과 자사 앱 강화에 집중하던 대형마트, 슈퍼마켓, 백화점이 배달 플랫폼이나 대형 이커머스 채널에 입점하는 등 '적과의 동침'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거점과 물류 역량을 갖춘 전통 유통사와 대규모 트래픽을 보유한 플랫폼의 결합이 퀵커머스부터 새벽배송 영역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최근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와 손잡고 전국 310여 개 점포 중 170곳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지난 2020년 '퇴근길 1시간 배송'을 도입했다가 사업을 정리했던 롯데슈퍼가 3년 7개월 만에 외부 플랫폼을 발판 삼아 근거리 즉시배송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주거지역과 밀접한 매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3000여 종을 1시간 이내에 전달하는 구조다.

이로써 롯데슈퍼·GS더프레시·이마트 에브리데이·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주요 기업형슈퍼마켓(SSM) 4사는 모두 쿠팡이츠 장보기·쇼핑 카테고리에 입점하게 됐다. 특히 GS더프레시와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네이버쇼핑 등 주요 플랫폼 전반으로 연계망을 다각화하며 퀵커머스 물량을 늘리는 중이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서울 청량리점과 관악점 2개 점포를 거점으로 쿠팡이츠 내 전용관을 신설하며 백화점 식당가(델리) 먹거리 즉시배송 시범 사업에 나섰다. 백화점이 외부 배달 앱 인프라를 직접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5개월간 식당가 먹거리 배송 수요와 고객 반응을 점검한 뒤 서비스 범위를 구체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자사 계열인 SSG닷컴의 '바로퀵'을 통해 매장 상품의 1시간 내 배송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부 배달 앱 인프라를 병행 활용하고 있다. SSG닷컴 바로퀵의 일 평균 주문량은 1년 만에 약 7배 급증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기반 퀵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편의점 4사(CU·GS25·이마트24·세븐일레븐) 역시 배달 앱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24시간 퀵커머스 운영 체제를 갖췄다.

이 같은 연합전선은 퀵커머스를 넘어 새벽배송 시장으로도 넓어지는 추세다.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핀테크 플랫폼 토스의 '토스쇼핑'에 전용관을 신설했다. 오아시스마켓이 외부 플랫폼에 입점해 전용관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최초다. 토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약 900만 명에 달하는 트래픽을 활용해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고, 배송은 오아시스의 기존 직매입 물류망을 활용해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컬리 역시 지난해 4월 네이버와의 제휴 이후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컬리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 '컬리N마트'를 열고 컬리 앱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과 간편식, 생활용품을 그대로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검색 및 결제 편의성에 컬리의 검증된 상품력이 더해지면서 연동 1년 만에 거래액이 약 10배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유통업계가 라이벌 관계였던 외부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배경에는 비용 효율성과 고객 접근성이 자리 잡고 있다. 자체 앱이나 인프라를 구축·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줄이고, 소비자가 이미 자주 사용하는 대형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 장보기 수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것이 수익성 관점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핵심은 철저히 소비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에 둔 경쟁자와의 동침"이라며 "자체 배달망이나 플랫폼을 갖추기 힘든 오프라인 유통사는 제휴를 통해 옴니채널을 구현하고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고, 플랫폼은 상품 선택지를 넓혀 트래픽을 유지하는 상생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토스와 오아시스의 협력에 대해서는 "서로 중첩되지 않는 고객층을 흡수해 전체 파이를 키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각자 부족한 점을 채우며 시너지를 내는 유통과 플랫폼의 연합전선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