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세사기] 피해자 4만명 넘었는데…보증금 회복은 아직

  • 보증사고 정점 지났지만 피해 인정은 계속

  • 피해자 76%가 40세 미만…비아파트 집중

 
사진챗GPT
[사진=챗GPT]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정점을 지나 빠르게 줄고 있지만 전세사기 피해는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과거 체결한 전세계약에서 발생한 피해가 보증금 미반환과 피해자 인정, 경·공매, 피해 주택 매입과 보증금 회수까지 수년에 걸쳐 이어지면서다. 신규 사고가 줄어든 것과 달리 피해를 정리하지 못한 임차인들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658건이 추가로 전세사기피해자 등으로 인정되면서 2023년 6월 특별법 시행 이후 누적 피해자 결정은 4만936건으로 처음 4만건을 넘어섰다. 긴급 경·공매 유예 협조 요청도 누적 1225건, 주거·금융·법률 등 피해자 지원은 7만7805건에 달한다.

이는 전세보증 사고 흐름과 대조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024년 4조489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지난해 1조2446억원으로 72.3% 급감했다. 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2만941건에서 6677건으로 68.1% 줄었다. 전세사기와 역전세가 집중됐던 시기의 계약 만기가 지나고 보증 가입 기준도 강화되면서 신규 보증사고는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그러나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되는 임차인은 여전히 매달 수백 명씩 늘고 있다. 지난 7월 609건에 이어 8월에도 658건 추가됐다. 8월 가결 건 가운데 627건은 신규·재신청이었고 31건은 이의신청을 거쳐 뒤늦게 인정됐다. 이미 발생한 피해가 뒤늦게 드러나거나 신청과 조사, 이의신청 등을 거쳐 피해자로 결정되는 사례가 계속되는 것이다. ‘사고 발생’과 실제 ‘피해 종료’ 사이에 긴 시차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피해는 상대적으로 자산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과 비아파트 임차인에게 집중됐다. 누적 피해자 97.6%는 임차보증금이 3억원 이하였고 40세 미만이 76.0%를 차지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이 28.5%로 가장 많았으며 오피스텔 20.9%, 다가구주택 18.7%, 아파트 13.3% 순이었다. 전체 피해자 중 60.7%는 수도권에 몰렸다.

정부는 피해 주택 공공매입을 중심으로 피해 회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8월 말까지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1만718가구다. 2024년 90가구에 불과했던 매입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654가구까지 늘었고 올해 1~8월에는 5727가구, 월평균 716가구를 매입했다. 국토부와 LH는 사전 협의와 매입 요청 절차를 일원화하고 단계별 처리기한을 둔 패스트트랙도 운영 중이다.

피해 주택 매입이 보증금 회복률을 끌어올린 사례도 확인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공개한 LH 매입 이후 배당금과 경매차익 산정까지 마무리된 44가구 분석에서 평균 보증금 회복률은 78%였다. 특히 후순위 임차인 28가구는 경·공매 배당만으로 평균 37.9%를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LH의 경매차익 지원을 포함하면 평균 회복률이 73%까지 높아졌다.

다만 피해 주택 매입이 늘었다고 피해가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로 인정된 뒤에도 경·공매와 권리관계 정리, LH 매입 심사, 배당과 경매차익 정산 등을 거쳐야 해 실제 보증금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보증사고가 줄어드는 것과 기존 피해자의 회복은 별개 문제인 셈이다.

김대진 세입자114 운영위원장은 “전세사기 특별법 제·개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해 일부 제도적 장치가 보완된 성과도 있었으나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수많은 세입자들은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제도 개선을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