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의 거래시간 연장과 결제주기 단축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거래소뿐 아니라 증권사·수탁기관·청산기관·외환시장 등 시장 인프라 전반의 동시 개선을 주문했다. 제도 도입 자체보다 글로벌 투자자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 롯데에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공동 주관으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세션에서는 거래시간 연장과 1영업일(T+1) 결제주기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인 GIC 측은 거래시간 연장이 새로운 유동성 풀을 형성하고 아시아·유럽·미국 시장의 거래시간이 겹치는 구간을 확대해 가격발견과 실시간 위험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웬 추아 GIC 아시아 주식 트레이딩 총괄은 "거래시간 연장은 새로운 유동성 풀을 만들어낼 수 있고, 아시아·유럽·미국 시장의 시간이 겹치면서 가격발견과 실시간 위험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시간 확대에 따라 유동성이 여러 시간대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외 시장조성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짚었다.
T+1 도입과 관련해서는 준비 과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미국의 T+1 전환 사례와 같이 거래소와 규제기관, 수탁기관, 증권사,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이 업무 프로세스를 세분화해 점검하고 실제 도입 전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T+1은 글로벌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결제주기가 압축되는 만큼 상당한 운영상의 도전"이라며 "거래소와 규제기관, 수탁기관, 브로커, 투자자가 함께 모여 도입 전에 충분히 테스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장애나 운영상 오류에 대한 대응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T+1 도입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박상욱 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T+1 도입은 이제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짚으며 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은행·금융위 등이 그동안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현재는 업계와 글로벌 투자자 등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통해 실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인프라 기관만으로는 T+1을 완성할 수 없다"며 "수탁은행과 글로벌 플레이어를 포함한 업계의 준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T+1 도입에 따른 자본 활용 효율성 제고와 신용·증권 결제 위험 감소, 거래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했다.
4분기 내 T+1 도입을 추진 중인 홍콩거래소는 결제주기 단축 과정에서 매도 측 결제 구조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태석 홍콩거래소 전무는 "매도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 돈을 언제 받는지, 그리고 돈을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세 가지"라며 매도 과정의 결제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티모시 커디히 미국예탁결제원(DTCC)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겸 CCP 글로벌 의장은 거래시간 연장과 T+1이 새로운 위험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기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와 외환 관련 인프라가 주식시장 변화에 맞춰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 생태계는 가장 약한 연결고리만큼만 강하다"며 거래소와 청산기관이 충분한 통제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시행 일정 마련도 요구했다. 추아 총괄은 각 증권사와 수탁기관마다 시스템·인력·업무 프로세스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다른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파트너가 시스템과 인력, 프로세스를 준비해야 하고 각각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행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슈아 그로홀톨스키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 아시아·태평양 브로커리지 운영 총괄은 거래시간 확대와 함께 해외 투자자의 국내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ETF·상장지수증권(ETN) 투자와 관련한 세제 개선과 공매도 유동성공급자(SLP) 제도 등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한편 이날 논의에서는 거래·결제 인프라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행동의 변화가 코리아 프리미엄의 전제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대기업에서 유의미한 지배구조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법을 바꾼다고 해서 자본시장의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관투자자와 액티브 펀드가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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