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불안한 휴전] 중국 장벽 낮춘 미국…한국, 대미 수출 타격 '불가피'

  • 美 현지 생산기지 구축한 기업들, 불확실성 확대

  • 희토류, 中 협상력 키워…韓도 수출통제 영향권

[사진=UPI·연합뉴스]
[사진=UPI·연합뉴스]

미·중 무역 갈등이 일부 완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인하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중국 업체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를 발판 삼아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한 기업들로서는 투자 회수 불확실성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23~25일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3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대상으로 상호 대등한 관세 인하를 합의했다. 양국이 10년 가까이 이어온 무역 갈등을 완화하고 일부 품목의 교역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는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해 왔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규제가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산업·통상정책이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 확대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되면 이 같은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합의는 일부 품목의 관세 인하에 그쳤지만, 향후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가 약해질 경우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여건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기업은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입한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만큼 예상치 못한 타격이 더 크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와 배터리 합작공장 등에 126억 달러를 투자했고, 2028년까지 추가로 2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계열사인 한화큐셀은 조지아주 태양광 생산시설 확장에 2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며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중국 기업의 진입 여건이 개선되면 현지 생산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면서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배터리와 태양광 분야는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압박이 우려된다.

자동차 업계도 중국 전기차 업체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의 저가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현지 생산과 판매망 구축에 나선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부담이 커지게 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무기로 미국의 강경 기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도 한국 기업에는 부담이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수출 허가를 제한하거나 공급을 늦추면 관련 산업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미국이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현실이 통상 협상에서 중국의 협상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영향권에 놓여 있다. 중국산 희토류는 국내 자동차·전자·기계 산업의 주요 공급망과 연결돼 있어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에 더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공급망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