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중단·2022년 재개 선언 뒤 교착…비FTA 관세 불이익 커져
"FA-50 기술이전·현지 생산 가능"…마약·인신매매 공동 대응 제안
韓 기업 133억 달러 투자…멕시코산 원유 수입·K-컬처센터도 추진
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현지 유력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견고한 경제협력에 걸맞은 제도적 틀을 마련할 때”라며 “한·멕시코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하고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진전시키는 한편 투자 보호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정 협상 재개’는 장기간 표류해온 양국 FTA 협상의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한·멕시코 외교장관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FTA 협상 재개와 투자보장협정 개정,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한 묶음으로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와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한·멕시코 통상협상은 2006년 개방 수준이 FTA보다 낮은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 협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상품시장 개방 수준을 둘러싼 이견으로 같은 해 6월 3차 협상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양국은 2007년 SECA를 정식 FTA로 격상해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그해 12월 멕시코시티에서 1차 협상을 연 데 이어 2008년 6월 서울에서 2차 협상을 진행했지만 멕시코 측이 국내 사정을 이유로 상품 양허안 협의에 들어가지 못했다. 멕시코 산업계의 유보적인 태도까지 겹치면서 예정됐던 3차 협상은 열리지 않았다.
양국은 2022년 3월 14년 만에 FTA 협상 재개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후속 협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코트라는 멕시코 국가정보 보고서에서 당시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협의가 재개됐으나 이후 교착 상태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산업통상부도 올해 4월 양국 FTA를 ‘2022년 이후 중단 상태에 있는 협상’으로 규정하고 조속한 재개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투자 대상국이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공급망 진입을 위한 핵심 거점이다. 멕시코가 올해부터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인상하면서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현지 경영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은 지난해 멕시코의 관세 인상안 분석 당시 대상 품목 1463개와 멕시코의 대한국 수입 상위 50개 품목 가운데 23개가 겹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품목은 상위 50개 품목 수입액의 약 20.3%를 차지했으며 차체와 자동차 부품, 냉동기, 열연강판 등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에 멕시코는 단순한 생산기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북미와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핵심 전략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약 500개의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 기업이 약 133억 달러를 투자해 1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2005년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후 한국 기업의 대멕시코 투자는 26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망 분야로는 반도체와 항공우주, 전기자동차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기술과 제조 역량을 멕시코의 인재 및 탄탄한 산업 기반과 결합하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함께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향후 멕시코 공군의 전투기 현대화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한국의 FA-50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호혜적인 협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초국경 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마약 밀매 같은 초국경 범죄에 대응하려면 양국 공공안전 당국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시민 안전을 위한 기반시설과 기술 분야의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과 발사체를 중심으로 양국 정부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기업 및 연구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공동 시범사업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사람 중심의 책임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자고 했다.
에너지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해 원유 공급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멕시코와 긴밀히 협의했고, 그 덕분에 원유 수입도 확대할 수 있었다”며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양국의 신뢰와 우정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화 분야에서는 콘텐츠·예술 공동제작과 인재 양성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멕시코 국민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K-컬처센터’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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