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의 시총 전쟁 1년…승자는 SK그룹 '최태원'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올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회장님 밈'이 유행했다. 주가 급등기엔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시간 없어, 어서 올라 타~"라고 권유하는 AI 합성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반대로 주가 급락기엔 다급한 표정으로 "빨리 내려~"라고 말하는 그룹 회장들 이미지가 나돌았다. K-증시 르네상스를 이끈 반도체·자동차·방산 등 핵심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가·실적과 관련해 그룹 총수들 언급이 많았던 것도 '회장님 밈'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지난 1년 국내 주요 대기업그룹 간 '시가총액 전쟁' 승자는 누구였을까.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시총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에서 가장 앞섰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SK하이닉스 몸값이 치솟으면서 1년 만에 그룹 시가총액이 4배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역시 시총이 1200조원 넘게 늘었지만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SK그룹에 미치지 못했다.

21일 아주경제가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SK그룹 시총은 지난해 9월 18일 361조700억원에서 올해 9월 18일 1608조5200억원으로 늘었다. 1년 새 1247조4500억원 증가해 몸집이 4배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증가율은 345.5%에 달했다.

그룹 시총 확대를 이끈 것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 시총은 지난해 9월 18일 256조9800억원에서 올해 9월 18일 1356조5200억원으로 1099조5400억원(427.9%) 증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메모리 수요 확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SK그룹 전체 시총 증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SK의 약진으로 삼성과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지난해 9월 SK그룹 시총은 삼성그룹 대비 49.8%로 절반 수준이었지만 이날에는 82.3%까지 높아졌다. 지난 6월 22일에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25년 7개월 만에 코스피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당시 삼성전자우까지 포함한 삼성전자 전체 시총은 SK하이닉스보다 컸다.

삼성그룹도 그룹 시총 1위 자리를 지키며 몸집을 크게 키웠다. 삼성그룹 시총은 지난해 9월 18일 724조6700억원에서 이날 1954조500억원으로 1229조3900억원(169.6%) 증가했다. 증가액은 SK그룹보다 약 18조원 적었다. 삼성그룹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여가 컸다. 삼성전자 시총은 지난해 476조5300억원에서 이날 1525조8800억원으로 1049조3500억원(220.2%) 증가했다. 삼성과 SK 두 그룹에서만 1년 새 늘어난 시가총액이 2476조8400억원에 달한다.

3위 이하 그룹은 삼성·SK에 비해 증가 폭이 제한적이었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은 170조1200억원에서 216조7100억원으로 46조6000억원(27.4%) 증가했다. 구광모 회장의 LG그룹도 158조9400억원에서 188조2700억원으로 29조3300억원(18.5%) 늘었다.

5위와 6위는 순위가 바뀌었다. 정기선 회장의 HD현대그룹은 122조3100억원에서 135조6100억원으로 13조2900억원(10.9%) 증가하면서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반면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은 122조6700억원에서 124조7100억원으로 2조400억원(1.7%) 증가하는 데 그쳐 5위에서 6위로 내려갔다.

박정원 회장의 두산그룹은 7위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총이 61조1900억원에서 93조100억원으로 31조8300억원(52.0%) 증가했다. 상위 7개 그룹 중 SK와 삼성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다만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코스피가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6월 22일과 비교하면 상위 그룹 시총은 모두 감소했다.

삼성그룹은 당시 2623조3100억원에서 이날 1954조500억원으로 669조2600억원(25.5%) 줄었고 SK그룹은 2461조4500억원에서 1608조5200억원으로 852조9200억원(34.7%) 감소했다. 두 그룹에서 석 달 사이 줄어든 시총만 1522조1800억원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306조500억원에서 216조7100억원으로 29.2% 감소했고 LG그룹은 219조3200억원에서 188조2700억원으로 14.2% 줄었다. HD현대는 19.9%, 한화는 11.3%, 두산은 12.6% 각각 감소했다.